프로야구에선 시즌 중이나 스토브리그 때를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트레이드가 이뤄진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18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식 집계한 트레이드 건 수는 237회나 된다. 올해도 벌써 대형 트레이드가 4건이나 이뤄졌다.
구단이 트레이드를 하는 이유는 우선 전력보강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프로야구에선 갖가지 이유로 선수 주고받기가 이뤄졌다. 또 트레이드로 울고 웃는 구단도 생겨났다. 트레이드에 얽힌 갖가지 사연을 소개한다.
◇트레이드 이유도 가지가지=한국 프로야구 트레이드 1호는 서정환이다. 서정환은 1982년 12월 7일 삼성 라이온즈에서 해태 타이거즈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선수이동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지역연고가 정착돼 감독·선수·구단의 유대감이 끈끈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초창기에는 구단 및 감독과의 불화 때문에 팀을 옮긴 경우가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동원과 김시진의 맞바꾸기였다. 롯데 에이스 최동원은 1988년 선수노조 결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단에 찍혀 결국 그해 11월 22일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김시진과 맞트레이드 됐다. 한국시리즈 4승의 사나이 최동원과 한국 프로야구 최초 100승 투수 김시진은 갑작스런 변화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쓸쓸한 선수 생활 말년을 보냈다.
구단의 재정난으로 인한 ‘선수팔기’도 있었다. 쌍방울 레이더스는 외환위기로 모기업이 휘청거리자 1997년 11월 박경완을 시작으로 김기태, 조규제, 김현욱 등 주축 선수들을 부자구단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에 팔았다. 해태도 1999년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임창용과 양준혁을 맞바꾸는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당시 양준혁은 큰 충격을 받고 “선수가 물건이냐”며 은퇴를 선언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심기일전한 끝에 2002년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에는 넥센 히어로즈발 트레이드 광풍이 불었다. 장원삼, 이택근, 이현승, 황재균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현금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넥센의 전신은 10여년 전 쌍방울로부터 선수들을 사들인 현대였다.
선수의 요구로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트레이드 1호 서정환은 후배 오대석에게 주전 유격수자리를 뺏겨 경기 출장기회가 줄어들자 서영무 당시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해 성사시켰다. kt 위즈 베테랑 장성호도 마찬가지다.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장성호는 2010년 당시 조범현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에 반발해 공개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결국 한화로 떠났다. 장성호는 롯데를 거쳐 현재 조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kt로 팀을 옮겼다.
◇트레이드로 울고 웃은 팀=LG 트윈스는 트레이드 잔혹사의 단골손님이다. 떠나보낸 선수마다 맹활약을 펼쳐 땅을 쳤다. 시작은 1999년이었다. LG는 전해 1승6패의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둔 임선동을 현대 안병원과 트레이드했다. 정작 임선동은 2년 뒤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현대 우승의 주역이 됐다. 2009년 4월 KIA로부터 강철민을 받고 내준 김상현은 그 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켰다. 반면 강철민은 2012년 한화로 떠날 때까지 3년간 단 세 경기에 출장해 ‘사이버 투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2004년 떠나보낸 이용규도 KIA와 한화 이글스에서 붙박이 1번 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2010년 SK 와이번스에서 영입한 박현준은 이듬해 13승을 거두며 에이스가 돼 트레이드 잔혹사를 끊는 듯 했지만 2012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영구제명됐다. 특히 2011년 넥센으로 보낸 박병호는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며 국내 최고의 4번 타자가 됐다. 대신 반대급부로 받은 송신영은 이듬해 한화로 떠났다. 김성현은 승부조작에 연루돼 더 이상 얼굴을 볼 수 없다.
LG 관계자는 “넥센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다만 LG도 2010년 이후 트레이드 잔혹사에서 벗어났다. 2012년 삼성에서 데려온 손주인과 2013년 넥센에서 받은 최경철은 이제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
넥센은 박병호, 김민성, 윤석민 등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선수마다 맹활약을 펼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삼성도 트레이드로 재미를 본 케이스다. 삼성은 2000년대 초반까지 강팀이지만 큰 경기에 약하다는 조소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임창용, 마해영 등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2002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재패라는 기쁨을 맛봤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선수 주고… 받고… 잘쓰면 藥 못쓰면 毒
입력 2015-05-19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