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낯선 동네를 지나고 있는데 도로 한쪽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 119에 신고했지만 ‘위치가 어디냐’는 물음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럴 땐 어떻게 위치를 설명해야 할까.
전·현직 경찰관 2명이 의기투합해 자연재난·범죄 등 각종 응급 상황에 대처할 지침을 담은 책 ‘생존 매뉴얼 365’를 펴냈다. 두 사람은 서울 강남경찰서 정보계에서 근무하는 지영환(47·사진) 경위와 김학영(63) 호남대 사회과학대 교수다.
지 경위는 17일 국민일보와 만나 “신고 위치를 모를 때는 우선 전봇대를 찾으라”고 했다. 전국 약 850만개 전봇대에는 고유 번호와 위치 정보가 적힌 패찰이 달려 있다. 전봇대는 도시에 약 30m, 농촌에 약 5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전봇대 정보만 알려줘도 112·119 등에서 수초 내에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지 경위는 안전관리 분야 책 2권을 낸 ‘안전 전문가’다. 과거 경찰대 수사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학영 교수가 2013년 “위급 상황 대처법을 알려주는 책을 쓰자”고 제안하면서 공동 집필을 하게 됐다. 작업은 난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지 경위는 “국내 자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외국에서 사용되는 매뉴얼은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았다”며 “책 한 장 분량을 쓰는 데 한 달이 걸린 적도 있다”고 했다.
2년간 공을 들여 지난 11일 출간된 책에는 각종 재난·재해 외에 학교폭력, 성범죄,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대처법이 담겼다. 지 경위는 “기본적인 대처 요령을 숙지하면 각종 재해와 재난에서 나와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안전의식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신고 위치 모를 땐 일단 전봇대부터 찾으라”… 전·현직 경찰관 ‘생존 매뉴얼 365’ 펴내
입력 2015-05-18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