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철씨 “흙과 불의 사랑은 얼마나 눈부신가”… 20일∼내달 2일 귀국 개인전

입력 2015-05-18 02:34
따스하고 정겨운 봄 풍경을 담은 오만철 작가의 도자회화. 아라아트센터 제공
오만철 작가
평면 도자기 그림은 매우 어려운 과정을 필요로 한다. 흙으로 캔버스처럼 빚어 산수화 등을 그린 다음 1300도의 가마에서 굽는다. 잘못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옛날에는 도자기를 빚는 도공 따로, 그림을 그리는 화공 따로 두었다. 국내 첫 ‘도화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오만철(52·사진) 작가는 도공과 화공의 1인2역을 혼자 해내고 있다.

홍익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20년 전 도예에 빠졌다. 단국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고미술 감정도 공부했다. 문인화와 산수화로 인기를 끌던 그는 본격적인 도화 작업을 위해 2012년 중국 도자기의 고향 경덕진으로 건너갔다. 그곳의 고령토는 그가 찾던 금맥이었다. 이 흙은 국내의 흙과 달리 찰지고 단단하다. 그곳에서 미친 듯이 작업했다.

백자 도판에 그려진 그의 작품은 백자항아리의 담박한 매력처럼 은은하고 정갈하다. 산과 강, 들과 하늘, 꽃과 나무를 빚어내는 솜씨가 매우 정밀해 마치 화선지에 붓질한 그림 같다. “물레를 차면서 흙에 미치고, 수묵화를 그리면서 그림에 미치고, 도자기를 구우면서 불에 미친다”는 옛말대로 경지에 다다르지 않고는 쉽게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가 새롭게 구현해낸 작품 50여점을 20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길 아라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첫 귀국 개인전이다. 박인식 소설가 겸 미술평론가는 그의 전시 제목을 ‘흙과 불의 사랑은 얼마나 눈부신가’로 지었다. 흙과 불이 만나 동양화 특유의 스밈과 번짐, 붓의 놀림이 오롯이 살아 있는 눈부신 작품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중국 작가들이 전통 산수화를 청화로 제작한다면 작가는 한국의 현대 산수를 철화와 백자 형식으로 담아냈다. 이색적인 작품에 중국 갤러리스트들의 러브콜이 잇따르지만 고국에 먼저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그는 “한국의 도자회화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02-733-1981).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