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이기는 정당’을 내세워 당선됐다. 하지만 ‘이기는 정당’은 없었다. 18일이면 문 대표 취임 100일이 되지만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 개인 모두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문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박근혜정부를 향해 ‘전면전’을 선언했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오히려 새정치연합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간의 전면전 직전까지 온 상태다.
취임 초기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을 명시적으로 비판하는 등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또 ‘유능한 경제정당'을 앞세워 경제 행보를 이어가면서 수권정당, 대안정당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당 내부적으로는 비교적 탕평 인사를 하면서 계파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했다.
문 대표는 취임 5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지금까지 5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었는데, 앞으로 50일 더 마늘과 쑥을 먹어야 제대로 변화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4·29재보선 참패는 공들여 쌓아 놓은 ‘이기는 정당론’을 한순간에 무너뜨려 버렸다. 재보선은 ‘성완종 리스트’와 세월호 참사 1주기라는 여권의 악재 속에 치러졌지만 새정치연합은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전패했다. 특히 4곳 중 3곳이 야권 지역구인 데다 광주 서을, 서울 관악을이라는 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지역에서마저 완패하면서 당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새정치연합은 ‘이기는 정당’뿐 아니라 ‘패배를 반성하는 정당’도 되지 못했다. 문 대표는 참패 책임론에도 “단결할 때”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할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과 이에 따른 직무정지,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로 지도부는 이미 정상 궤도를 이탈한 상태다.
잠잠했던 계파 갈등은 일촉즉발 상태다. 특히 문 대표가 최근 비노 진영의 재보선 전패 책임론에 대해 ‘총선 공천권 요구’라고 규정한 메시지가 유출되면서 당내 비노 의원들은 ‘문 대표가 친노 좌장의 길을 선택했다’며 들끓고 있는 상태다.
취임 100일 만에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에 대한 국민 기대는 싸늘하게 식었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문 대표 취임 직후인 2월 둘째 주 당 지지율은 29%, 문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25%였다. 하지만 이런 기세는 불과 3개월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5월 둘째 주 당 지지율은 22%, 문 대표 지지율은 15%로 추락했다.
임성수 기자
[취임 100일 맞는 문재인] 선거 참패·당내 갈등 ‘더블 펀치’에… 휘청이는 文
입력 2015-05-18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