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다시 살얼음판에 올랐다. 북한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하는 등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우리 정보 당국의 발표와 관련, ‘최고존엄 모독’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현 부장 사형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북한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7일 편집국 성명을 내고 “우리의 최고존엄을 훼손하는 악담질을 계속한다면 멸적의 불소나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다소 이례적으로 실명까지 거론하며 “박근혜까지 나서서 ‘공포정치’니 뭐니 하고 우리를 악랄하게 헐뜯는가 하면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을 비롯한 여당 것들이 연일 ‘북 체제 불안정’이니 ‘도발 가능성’이니 하는 것을 운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현 부장이 처형됐다는 국가정보원 발표에 대한 북측의 첫 공식 반응이다. 우리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정작 현 부장의 생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 사실상 처형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발표 직후 현 부장의 생존 사실을 즉각 공개해 반박하지 않은 점도 이러한 관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한편 북한은 모처럼 성사되는 듯했던 6·15, 8·15 남북 공동행사에도 ‘어깃장’을 놓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대변인은 16일 담화에서 두 행사에 대해 “남한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순수한 예술·체육·문화 교류의 공간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북과 남, 해외가 모여 진행하는 통일 행사는 명실공히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밑에 북남 관계 개선과 조국 통일을 추동하는 전민족적인 통일 회합, 민족 단합의 대축전으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두 행사와 관련,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은 순수한 민간 차원의 교류는 허용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어서 사실상 북측이 두 행사를 무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남북관계 살얼음판… 北 “최고존엄 훼손 악담질 계속 땐 불소나기” 경고
입력 2015-05-18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