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운 남편이 되레 이혼 청구 가능? 大法 내달 26일 공개변론

입력 2015-05-18 02:07
바람피운 남편이 아무 잘못 없는 부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 현재 대법원 판례로는 결혼생활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재판을 통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1976년 A씨(여)와 결혼한 B씨는 98년 다른 여성과 혼외자녀를 낳았다. B씨는 2000년 집을 나와 현재까지 15년간 이 여성과 동거하고 있다. B씨는 2011년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지만 1·2심은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 840조에서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했거나, 악의로 상대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등 6가지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둘러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다음달 26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65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이후 지금까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지켜 왔다. 다만 결혼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명백히 없으면서도 악의적으로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거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해 왔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경우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처럼 ‘유책주의’를 택하면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고 가정의 해체를 막을 수 있지만, 법원이 혼인관계를 지속하도록 강제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법원 판례가 바뀌면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국민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에 이화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