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자신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맏형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막내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시즌 시작과 함께 이 말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현지 언론과 팬들은 이들의 방망이가 침묵할 때마다 연일 거친 말을 쏟아냈다. 추신수는 거액의 연봉을 받고도 부진하다며 ‘먹튀’란 말을 들었다. 강정호 역시 타격폼까지 지적을 받았다.
최근 두 사람은 ‘자신감’이 어떤 결실을 맺는지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다. 성적이 좋아지니 자신감이 생겼고, 이는 또 다시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당당함이 느껴진다.
지난 11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3연전을 끝내고 수훈 선수 인터뷰를 위해 팬들 앞에 선 강정호는 “자신감도 생기고 공도 눈에 익는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15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14경기 연속 안타를 때린 뒤 “직구를 이전보다 많이 실수 안 하고 친다는 게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17일 경기에서도 두 사람 모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추신수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 파크에서 친정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추신수는 전날 무안타로 침묵하며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멈춘 상황이었다. 숨고르기가 끝난 듯 추신수는 첫 타석부터 장타 본능을 드러냈다. 1회말 올 시즌 1호 3루타를 쳤다. 이어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선 3-5로 뒤진 텍사스에 한 점을 더하는 시즌 6호 홈런을 때렸다.
최근 추신수는 1번 타자로 나오면서 타석에 서는 기회가 많아졌다. 선구안이 좋아졌고 자신이 원하는 공을 골라내는 여유까지 생겼다. 등 근육 통증까지 사라지면서 자신감이 넘쳤다. 추신수의 활약에도 텍사스는 9회 8대 10으로 재역전패했다.
강정호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유격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도루로 선전했다. 강정호는 전날에 이어 3∼5번 타자로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에 이름을 올렸다. 피츠버그의 5번 타순은 부담스러운 자리다. 5번 타자의 타율이 1할대에 불과해 현지 언론에서는 ‘손상 구멍(Damage Hole)’이라 불렀다. 더구나 강정호는 전날 무안타에 그치며 3경기 연속 무안타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0.333까지 올랐던 타율은 0.27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부진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날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119승을 거둔 현역 최고 좌완 투수 중 한명인 존 레스터의 공을 끈질기게 골라냈고 안타로 연결했다. 예전과 달라진 강정호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맹타에도 불구하고 컵스에 1대 4로 패했다.
최근 현지 언론의 반응도 달라졌다. 추신수를 두고는 “활활 타올랐다”고 표현했고, 강정호에 대해선 “현지 적응이 끝났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5월의 ‘강·추 극장’ 끝내준다
입력 2015-05-18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