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換骨奪胎).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까지 바꾸어 쓴다는 말이다. 흔히 좋은 방향으로 모습이 확 바뀌었을 때 쓰인다. 이 말이 요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사장 김옥이) 중앙보훈병원(병원장 하우송) 응급의료센터에 딱 어울린다.
중앙보훈병원이 새 응급실 운영체계를 도입한 지 한 달여 만에 너무 복잡해 시장통 같던 기존 응급실의 뼈대를 확 바꾸어 끼는데 성공했다.
중앙보훈병원은 다른 병원과 달리 고령층 국가유공자인 보훈 환자의 이용률이 매우 높다. 더욱이 응급실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무려 86%에 이른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이 보훈병원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 감면 등 혜택을 받는데다 장기간에 걸쳐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성 노인성 질환을 앓는 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은 또한 보훈병원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병실이 부족해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기보다 빈 자리가 생길 때까지 응급실 대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응급실은 더욱 과밀화되고, 입원 대기시간도 덩달아 적체되기 쉬운 구조다.
중앙보훈병원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응급실 운영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월부터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긴박도에 따라 응급실 내원 환자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치료나 약 처방만을 받는 비(非) 응급환자는 치료 후 즉각 집으로 돌아가도록 조처했다. 아울러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24시간 병실 사정과 연계하는 운영체제를 강화했다. 또 응급의학과에서 입원 후 진료를 맡아야 할 진료과목을 지정해 해당 과와 원무실이 병실 배정 및 진료에 적극 협조하도록 했다.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환자의 경우엔 위탁병원 및 보훈요양병원을 활용했다.
이 경우 경험이 많은 경력 간호사를 배치, 환자 측의 이해를 구하도록 애썼다. 응급실 입원대기 리스트를 매일 점검, 지연되는 환자가 없게 관리했다. 한편으로는 장기입원 환자 관리 및 퇴원 예고제를 통해 병실 회전을 원활하게 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새 응급실 운영체계를 도입한 지 한 달도 안 돼 응급실 대기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기 시작했다. 과거 평균 37.5시간에 달했던 중증 응급환자 응급실 대기시간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평균 11.5시간으로, 무려 26시간 이상 단축된 것으로 측정됐다. 응급실 과밀화 지수 역시 종전 138.5%에서 46.6%로 대폭 낮아졌다. 그야말로 과거 북새통 응급실이 ‘쾌적한 응급실’로 탈바꿈한 것이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응급실 기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전문성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다짐했다.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응급실 대기시간 3분의 1로… 중앙보훈병원의 변신
입력 2015-05-19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