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대기시간 3분의 1로… 중앙보훈병원의 변신

입력 2015-05-19 02:42
중앙보훈병원이 최근 응급의료센터 운영체계를 전면적으로 쇄신, 대기시간을 줄이는 등 새 바람을 일으켜 주목받고 있다. 중앙보훈병원 제공

환골탈태(換骨奪胎).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까지 바꾸어 쓴다는 말이다. 흔히 좋은 방향으로 모습이 확 바뀌었을 때 쓰인다. 이 말이 요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사장 김옥이) 중앙보훈병원(병원장 하우송) 응급의료센터에 딱 어울린다.

중앙보훈병원이 새 응급실 운영체계를 도입한 지 한 달여 만에 너무 복잡해 시장통 같던 기존 응급실의 뼈대를 확 바꾸어 끼는데 성공했다.

중앙보훈병원은 다른 병원과 달리 고령층 국가유공자인 보훈 환자의 이용률이 매우 높다. 더욱이 응급실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무려 86%에 이른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이 보훈병원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 감면 등 혜택을 받는데다 장기간에 걸쳐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성 노인성 질환을 앓는 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은 또한 보훈병원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병실이 부족해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기보다 빈 자리가 생길 때까지 응급실 대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응급실은 더욱 과밀화되고, 입원 대기시간도 덩달아 적체되기 쉬운 구조다.

중앙보훈병원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응급실 운영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월부터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긴박도에 따라 응급실 내원 환자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치료나 약 처방만을 받는 비(非) 응급환자는 치료 후 즉각 집으로 돌아가도록 조처했다. 아울러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24시간 병실 사정과 연계하는 운영체제를 강화했다. 또 응급의학과에서 입원 후 진료를 맡아야 할 진료과목을 지정해 해당 과와 원무실이 병실 배정 및 진료에 적극 협조하도록 했다.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환자의 경우엔 위탁병원 및 보훈요양병원을 활용했다.

이 경우 경험이 많은 경력 간호사를 배치, 환자 측의 이해를 구하도록 애썼다. 응급실 입원대기 리스트를 매일 점검, 지연되는 환자가 없게 관리했다. 한편으로는 장기입원 환자 관리 및 퇴원 예고제를 통해 병실 회전을 원활하게 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새 응급실 운영체계를 도입한 지 한 달도 안 돼 응급실 대기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기 시작했다. 과거 평균 37.5시간에 달했던 중증 응급환자 응급실 대기시간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평균 11.5시간으로, 무려 26시간 이상 단축된 것으로 측정됐다. 응급실 과밀화 지수 역시 종전 138.5%에서 46.6%로 대폭 낮아졌다. 그야말로 과거 북새통 응급실이 ‘쾌적한 응급실’로 탈바꿈한 것이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응급실 기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전문성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다짐했다.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