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대통령, 총리 공백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입력 2015-05-18 00:40
총리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귀국 직후 베일을 벗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후임 총리 지명이 하염없이 늦어지면서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의 사표는 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후인 지난달 27일 공식 수리됐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난달 20일 이후 사실상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해 한 달 가까이 총리가 유고인 비정상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비정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총리는 이렇게 오랫동안 비워놓아도 되는, 있으나마나 한 자리가 아니다. 헌법에 총리의 역할과 권한을 조목조목 열거해 놓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총리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주요 정책은 여당 대표와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데 한 축이 없으니 원활한 의견 조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헌정 사상 총리 공백 사태는 모두 9번 있었다고 한다. ‘총리서리’ 제도가 있던 시절에는 총리서리가 총리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갖고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총리 공백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총리 공백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부터다. 그러나 가장 길었던 때도 40일을 넘지 않았다. 총리 후보자 지명 후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 등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밟는 데 한 달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당장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다 해도 두 달 안팎의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국무총리 직무대행 체제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는 경제 문제를 챙기는 데만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선 각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총리실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리 없다. 총리실 직원의 사기 저하는 말할 것도 없고 총리실 영(令)이 서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청와대는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없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궁금해한다. 무슨 이유로 총리 지명이 늦어지고 있는지 한 번쯤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박 대통령은 ‘총리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본인이 지명한 6명의 총리(후보) 가운데 5명이 불명예 퇴진했으니 돌다리를 여러 번 두드리고 싶은 심정일 게다. ‘이번마저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강박관념이 쉽게 총리 지명을 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무한정 총리 지명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비정상은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 그것이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올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