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7일 만에 900만 관객. 외화 사상 최단 기간인 25일 만에 천만 관객이 관람했다. 다름 아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야기다.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한국에서의 일부 촬영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정작 희대의 사건은 다른데서 터졌다. 상영 스크린 수 1800여개. 역대 개봉영화 중 최다 점유라는 안전장치다. 한국의 전체 상영관 수는 2500여개. 점유율이 70%를 훌쩍 넘는 국빈 대우를 받았다.
한 해 매출 2조원, 2억명이 영화를 관람하는 한국 영화 시장. ‘어벤져스’는 찬물을 끼얹은 사건으로 기록된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당시 700여개 상영관을 점유한 이후 관객의 영화 선택권이 박탈당하고 있다. 창작자들의 자괴감도 커졌다. 영화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큼 어떻게 스크린의 혜택을 입을 것인가를 고뇌하게 했다. 한국영화 독과점 유통은 유례없는 구조다. 미국은 이러한 병폐를 수십년간 고쳐나갔다. 2013년 히트 영화 ‘아이언맨3’가 전체 스크린의 33%가량을 점유했다. 관객의 영화 선택권과 다양성은 공존했다.
영화의 다양성이 확보되려면 시장의 힘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조종하는 영화 시장의 도덕성은 의심스럽다. CGV의 ‘아트하우스’와 롯데시네마의 ‘아르떼’ 같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이유가 ‘어벤져스’ 상영 일정 설계에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가 최우선인 것이다. 기업이 문화에 충실히 기여하겠다는 눈가림에 수십년 동안 합리적 정책의 칼을 대는 것이 왜 두려운지 묻고 싶다. 누가 ‘비타500’ 박스를 주고받기라도 했던 것일까? 창작자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문화 수용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문화폭력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문화공방] (3) 스크린 독과점, 대기업의 문화폭력
입력 2015-05-18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