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2번 출구로 나와 북쪽으로 460m가량 걸어가면 한 자동차 정비소 건물 2층에 있는 작은 교회를 만날 수 있다. 이름부터 특이한 ‘재미있는교회’다. 주일이면 이곳에 초·중·고교생 50∼60명이 모이는데 80%가 결손가정 자녀다.
재미있는교회에는 왜 이렇게 결손가정 자녀가 많은 걸까. 지난 13일 교회를 찾아가 이재은(30) 담임목사를 만났다. 그는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교회를 개척한 뒤 축구팀을 만들어 ‘축구 전도’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많이 전도했죠. 그런데 학생 중에 부모가 이혼을 했거나 세상을 뜬 아이들이 제법 있더군요. 이런 아이들이 교회를 매개로 서로 알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결손가정 학생이 많은 교회가 되었어요. 저는 아이들 눈만 봐도 집안 사정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요.”
이 목사가 ‘아이들 눈만 봐도 집안 사정을 안다’고 말한 배경에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자신의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 그는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목회자였던 아버지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2000년 1월 숨지면서 삶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가 떠난 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지 3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뒀고, 담배와 술을 배웠다. 흔들리는 그를 붙잡은 건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권유로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2003년 목원대 신학과에 입학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보며 품은 목회자의 꿈을 다시 좇기 시작한 것이다.
재미있는교회를 개척한 건 2011년 4월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 이 목사는 “요즘에는 예배가 없는 평일에도 방과 후가 되면 10명 넘는 학생이 교회를 찾는다”고 전했다.
“교회명을 ‘재미있는교회’로 지었을 때 아는 목사님들로부터 야단을 맞았어요. 교회 이름 갖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꾸지람이었죠. 하지만 저는 정말 ‘재미있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히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자 많이 노력했어요. 밥도 같이 먹고 감기에 걸린 아이가 있으면 병원에 데려갑니다. 교회가 아이들의 사랑방이 되었지요. 그렇게 살다 보니 4년이 흘렀습니다.”
재미있는교회 성도 중 성인은 10명도 안 된다. 경제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이 목사는 “월세 100만원을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대들 중 아르바이트를 해서 십일조를 내는 학생이 10명이 넘는다”면서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저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월세 교회’를 ‘전세 교회’로 바꾸는 것이죠. 아이들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교회 재정도 튼튼해질 것이니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언젠가는 지하에 큰 예배당이 있고 1층에 축구장이 있는 교회를 짓고 싶어요. 정말 재미있는 교회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글·사진=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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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호호∼’ 희망 선물… 웃음 잃은 아이들 섬기는 ‘재미있는교회’ 이재은 목사
입력 2015-05-18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