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에 세계 여성들이 DMZ, 비무장지대를 걷는다. 갈등 상황 정도가 아니라 거의 빙하기 상태인 남북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라 기적과도 같다. 정부도 결국 허락을 했다. 유엔군사령부는 물론 북측에서도 허가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맥과이어와 리베리아의 리마 보위, 여성인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주최 측 30여명이 평양으로부터 북한 여성들과 함께 행사를 갖고 비무장지대를 건너 와 남한 여성들과 함께 걷고 서울에서 여러 행사를 할 것이다. 가슴에 화해와 평화의 희망을 품고서.
WCD(Women Cross DMZ) 운동을 끌어낸 주역들은 60∼80대 여성들이다. 정말 아름답게 늙지 않았는가.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고, 미래 세대를 위하는 마음이 그렇고, 세계의 갈등을 치유하려는 용기가 그렇고, 걸을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름답고,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만들 수 있는 담대함이 그렇다.
‘그런 행사가 성사되겠는가? 걷는다고 해결되는 게 있나?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겠는가?’ 이런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 그들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모든 혁신의 움직임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함께 걸으며 같은 희망을 품게 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용기를 확인하는 자체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은 항상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다들 상식으로 격려해다오.’
한반도 상황은 전후 정황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비정상적임에 틀림없다. 일촉즉발의 충돌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데, 미·중의 패권 다툼이 한반도를 배경으로 가속되는데, 신군국주의로 달려가는 일본의 행보를 의문하게 하는 마당인데, 이렇게 꽁꽁 얼어 있어야 하겠는가? 빙하기를 만들어 이익을 보려는 측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여성들이 세계 여성들과 비무장지대를 걸으면서 같이 꿈을 꿀 것이다. 평화의 길은 무엇인가. 한 줌의 용기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꿈은 그 한 줌의 용기로부터 이뤄진다.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세계 여성들이 DMZ를 걷는다
입력 2015-05-18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