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53) 선장이 지난 16일 ‘3무(無)’ 요트 세계 일주에 성공하고 무사히 귀항했다. 바람의 힘만으로(무동력), 아무런 외부 지원 없이(무원조), 항구에 정박하지 않은 채(무기항) 요트를 몰며 200일 넘게 4만1900㎞를 항해했다. 세계에서 6번째 달성한 대기록도 쾌거이지만, 귀항을 앞두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꺼낸 한마디가 더 눈길을 끈다. “앞으로 더 겸손해져야겠다.” 6개월여 만에 땅을 밟는 모험가의 소회치고는 가볍지 않은 메시지다. 마치 성경 속 지혜서의 한 구절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사람이 교만하면 낮아지고, 겸손하면 존경을 받는다’(잠 29:23·현대인의 성경) ‘겸손한 자에게는 지혜가 따른다’(잠 11:2) ‘겸손’이라는 단어는 잠언에만 8차례, 신·구약 합쳐서 성경 전체에 40차례나 등장할 정도로 하나님은 ‘겸손한 인간’을 원하신다.
짐작건대 김 선장은 망망대해에서 고작 43피트(약 13m)짜리 요트 안에서 연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존재를 실감하면서 ‘겸손’을 되새겼을 수 있다. 실제로 그는 항해 중에 거대한 파도에 부딪쳐 요트가 두 번이나 뒤집히는가 하면 바람이 없어 13시간 동안 꼼짝없이 바다 한가운데 동동 떠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국내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이 소속 연예인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겸손해라!” 쏟아지는 박수에 우쭐하다가 ‘한 방에 훅 가는’ 스타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어디 연예인뿐이랴. ‘승승장구’ 같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정치인이나 관료, CEO, 운동선수에 이르기까지 겸손의 반대편(교만)에 서 있다가 추락한 경우를 자주 보고 있지 않은가. 겸손해지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 같다.
그래서일까. 성경에 맨 마지막 40번째 등장하는 겸손에 대한 구절은 위로의 메시지쯤으로 다가온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벧전 5:6)
박재찬 차장 jeep@kmib.co.kr
[한마당-박재찬] 겸손
입력 2015-05-18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