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공천 지분 요구 세력과 타협할 수 없다”는 ‘속내’가 드러나면서 14일 당내에는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문 대표는 ‘초계파 혁신기구’ 구성과 대탕평 인사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비주류 진영에서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 계파 갈등이 ‘때 이른 공천전쟁’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비노, “문 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는 문 대표의 미발표 입장문 파문의 여진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비노 원로들의 조찬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 지분 문제가 아니다”며 “그렇게 오해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용희 고문은 “(문 대표는) 참 웃기는 사람”이라며 “나눠먹기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도 했던 건데 자기가 뭐 대단하다고 그러나”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내가 문 대표라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비노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는 보도자료를 내고 입장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집모는 “전날 입장 발표를 취소한 문 대표가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격분했다. 이어 “당내 갈등 수습을 위해 이야기한 것을 오도·왜곡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당을 수습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한길 전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상황인식이 당원들의 뜻과 너무 다르다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며 “재보선 패배에 대한 성찰이나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을 수습해야 할 대표가 뜬금없이 공천 지분 얘기를 하니까 다시 (혼란 속으로) 들어가지 않느냐”며 “이게 누구를 위해 하는 말이냐.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을 보고 있느냐”고 말했다.
비노계의 한 의원은 “‘비노는 기득권·수구·반개혁 세력’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문 대표의 독단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사고구조가 똑같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그런 분열적이고 패권적 사고로 어떻게 지도자가 되겠느냐”며 “문 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주류 측 관계자도 “당을 살리고 혁신하자는 정당한 요구가 기득권 정치로 치부됐다”며 “제2의 막말사태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文, 혁신기구로 수습 시도=당 지도부는 오후 비공개 회의를 통해 ‘초계파 혁신기구’ 구성을 발표하며 내분 진화에 나섰다. 김성수 대변인은 당내 모든 계파의 모든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혁신기구를 구성해 쇄신안을 조속히 마련키로 했다고 전했다. 혁신기구에서는 최근 친노(친노무현)·비노 진영 간 날카로운 대립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공천혁신 문제를 비롯해 모든 의제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변인은 “당 분위기 쇄신과 당의 단합을 위해 보다 폭넓은 탕평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도 전했다. 대대적 혁신과 대탕평 인사는 그동안 비노 진영에서 요구해 온 내용이자 문 대표 본인이 전당대회 이후 당 혁신의 방향으로 주장해 온 내용이다.
그러나 비노 진영은 아직 문 대표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가 전날 비노계를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는 듯한 입장문을 준비했다 발표를 유보한 데 이어 또다시 기득권 타파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표는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우리 당의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친노-비노 ‘공천 밥그릇 싸움’ 막 올랐다
입력 2015-05-16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