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檢 “나머지 6인 수사, 로프 잡고 벽 오르는 셈”

입력 2015-05-16 02:48
“그간 뚜벅뚜벅 걸어왔다면, 앞으로는 로프를 잡고 격벽을 올라가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남은 의혹을 해소하려면 훨씬 고난도 수사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15일 이완구(65) 전 국무총리 소환조사를 마친 수사팀은 이 전 총리와 홍준표(61) 경남지사를 다음주쯤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전달자 및 목격자가 남아 있어 공여자(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망에도 수사 및 기소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돼 왔다.

문제는 나머지 6인에 대해 의혹만 크고 단서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애초 경남기업이 은닉했다고 알려진 비밀장부 등 핵심 증거는 ‘없다’는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 수사팀은 증거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로부터 성 전 회장의 2012년 총선자금 집행 내역을 확보했지만 단순 회계로 파악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세세한 비용 처리가 기재돼 있을 뿐 유의미한 자금 조성 과정은 담겨 있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수사팀 출범 이후 계속되는 동선 복원 작업도 쉽지만은 않다. 수사팀은 리스트 인사들은 물론 동행한 수행비서들의 동선까지 추적해 퍼즐을 맞췄다. 하지만 의혹 시기가 집중된 먼 과거의 상황은 복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휴대폰의 기지국 접속 내역을 토대로 한 위치추적 기록은 1년간 보관된다. 두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에는 성 전 회장 스스로 제기한 의혹 자체에서 공소시효 만료가 확인되기도 했다.

고비를 맞은 수사팀은 “그래도 중점적으로 볼 부분이 몇 군데 더 있다”고 한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과 끝까지 동선을 같이한 측근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여러 형태의 일정표를 통해 대조하며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기된 성 전 회장의 추가 금품로비 의혹도 결국 수사팀에게 남은 과제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정치권 인사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이 2012년 10월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에 찾아와 캐리어 안의 돈을 서류가방 3개에 1억원, 2억원, 3억원씩 나눠 담았다”며 “다만 내가 직접 갖다 주지는 않아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인사 2명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3명에게 이 돈이 전달된 것으로 짐작했다고 말했다.

A씨는 홍 지사가 소환조사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배달사고를 주장하는 일화를 소개할 때 이름이 등장한 적이 있다. 홍 지사는 지난 11일 “2012년 12월 도지사 재보선 때 A씨와 성 전 회장이 통화하며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내 선거 캠프에 ‘큰 거’ 한 장 전달한 듯 얘기한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윤씨가 과거에도 ‘배달사고’를 냈었다고 진술서를 썼고, 홍 지사는 이를 수사팀에 제출했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언론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이경원 신훈 기자

neosarim@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