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전날 유출돼 논란이 된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 대해 15일 “우리가 내보내지 않은 거니까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전 국민이 알게 된 메시지를 없던 일로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4·29 재·보궐 선거 전패 이후 촉발된 계파 갈등이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동’에 이어 문 대표의 ‘문건 파동’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20%대 초반으로 추락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간의 볼썽사나운 ‘내전’만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면전’이 코앞에 왔다는 비관이 퍼져가고 있다.
당내 비노 그룹 의원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민집모)은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들의 당 갈등 수습 건의를 문 대표가 ‘공천권 지분 요구’로 왜곡했다며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패권정치의 민낯” “민주주의자로서 올바른 태도인지 의심스럽다”는 격앙된 표현도 나왔다. 문 대표가 당초 작성한 글에는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등 비노 진영을 겨냥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일부 의견을 비노 전체의 입장으로 의도적으로 오독한 뒤 반격에 나섰다는 시선도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문서 파동이 보도됐는데 내용도 부적절하지만 그 내용이 왜 언론에 노출됐느냐가 더 큰 문제”라며 “정치는 신의가 생명”이라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는 “내용과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최고위가 보류시킨 메시지가 곧바로 유출된 것에 대해 ‘친노 비선라인 유출설’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4·29재보선 참패 보름여가 지난 이날에서야 “모든 계파가 참여하는 혁신기구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다.
국민은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5월 둘째주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2%에 그쳤다. 3주 전 29%에 비해 무려 7% 포인트나 빠졌다. 문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15%로 지난달 22%보다 7% 포인트 내려갔다. 특히 호남에서 문 대표 지지율이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3위에 그친 것은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호남 기득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호남에 대한 문 대표의 인식”이라며 “지지는 호남에서 받아가면서 당권과 차기 권력은 비호남, 특히 PK(부산·경남)가 독식하는 구도에 대한 통렬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참패 전망이 번지면서 ‘분당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문 대표가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한 지붕 두 가족’으로 8월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며 “8∼9월쯤 신당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이슈분석] 새정치 內戰… 국민은 없다
입력 2015-05-16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