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前 두산 회장, 10년 만에 검찰 앞에… ‘중앙대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

입력 2015-05-16 02:49
박용성(75) 전 두산그룹 회장이 15일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나와 밤늦게까지 조사받았다. 박 전 회장은 두산 ‘형제의 난’ 때인 2005년 10월에도 검찰에 소환됐었다. 당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이번에도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박 전 회장을 출석시켜 박범훈(67·구속)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의 ‘뒷거래’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박 전 회장은 2008년 6월부터 이번 수사 착수 이후인 지난달까지 중앙대 이사장을 맡았다.

박 전 회장은 업무상 배임, 사립학교법 위반,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모두 중앙대 총장을 지낸 박 전 수석의 범죄사실과 연결된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2009∼2010년 우리은행 측에 학교와 소속 병원에서의 전속영업권을 주는 대신 기부금 100억원을 받아 학교가 아닌 재단 회계로 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중앙대-우리은행의 이면계약서에는 박 전 회장과 박 전 수석의 서명이 나란히 있었다. 당초 학교로 들어가야 할 100억원을 재단에 편입한 행위는 배임과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 전 회장은 ‘중앙대 특혜’ 대가로 박 전 수석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다만 박 전 수석이 두산타워 상가 2곳을 분양받아 올린 임차수익 부분은 박 전 회장의 지시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뇌물공여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다음주 중 박 전 회장과 이태희(63) 전 중앙대 상임이사 등을 함께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박 전 회장은 오전 9시45분쯤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만 답했다.

박 전 회장이 승용차에서 내린 직후 중앙대 남녀 학생 2명이 갑자기 등장해 그의 왼쪽 가슴에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다는 돌발 상황도 빚어졌다. 남학생은 “박용성 이사장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이 취재진에게 둘러싸이면서 카네이션은 곧 바닥에 떨어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