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취업’ 대가로 잠수함 납품 엉터리 평가 前 해군 준장·대령 영장

입력 2015-05-16 03:06 수정 2015-05-16 22:37

현대중공업이 최신예 잠수함 3척을 해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예비역 해군 제독(준장)인 회사 임원을 동원해 군 당국에 로비한 정황이 드러났다(국민일보 2월 7일자 1·9면, 4월 17일자 12면 참조). 당초 핵심장비에 결함이 있었던 이 잠수함 납품이 지연될 경우, 현대중공업은 수백억원대의 지연 배상금을 군에 지불해야 했다. 회사 차원의 조직적 로비 단서가 나온 터라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전역 후 취업’을 대가로 잠수함 인수평가 과정에서 편의를 봐 달라고 청탁한 혐의(뇌물공여)로 예비역 해군 제독 임모(68) 전 현대중공업 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5일 밝혔다. 임 전 고문의 로비를 받은 임모(57) 전 해군 대령에 대해서도 부정처사후수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대령은 2007∼2009년 잠수함 인수평가대장을 맡았을 때 임 전 고문의 청탁을 받고 손원일급(1800t급) 잠수함 1·2·3번함(손원일함·정지함·안중근함)을 부실하게 평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1번함인 손원일함에 대한 해군 인수평가가 실시되기 전인 2007년 중순, 이 잠수함의 연료전지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걸 파악했다. 연료전지는 잠항(潛航·잠수 항해)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연료전지가 기능을 하지 못하면 잠수함은 물 위로 떠올라야 한다.

임 전 대령은 2007년 10월 13일 손원일함의 연료전지 평가를 위한 시운전을 하면서 임의로 평가 방식을 바꿨다. 24시간 지속적으로 잠항해 성능을 평가하는 게 기준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간 중간 시간을 끊어 잠항 능력을 계산했다. 그래도 평가 결과가 군 요구 성능에 미치지 못하자 한 번 더 임의로 평가 방식을 바꿨다. 임 전 대령은 2010년 2월 전역한 뒤 다음 달 현대중공업에 특수선 종합설계 담당 부장으로 영입됐다.

합수단은 연료전지 문제가 드러나 잠수함 납품이 지연될 경우 현대중공업이 물어야 할 수백억원대 ‘지체상금’이 로비의 이유라고 본다. 지체상금은 군 장비 납품이 늦어질 경우 납품업체가 매일 일정 비율 물어야 하는 벌금 같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납품한 잠수함들은 연료전지 문제로 약 6년간 군사작전에 투입되지 못했다.

합수단은 임 전 대령 외에도 최근 5년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해군 출신 6, 7명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이들을 상대로도 현직 시절 현대중공업에 편의를 봐주고 영입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