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어류는 파충류 양서류 등과 함께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달라지는 ‘변온동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런 생물학의 기본 전제를 뒤집는 물고기가 발견됐다. 어류 중에서도 포유류처럼 주변 온도와 관계없이 일정 체온을 유지하는 물고기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사우스웨스트 어업과학센터 니콜라스 웨그너 박사팀은 15일자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심해에 사는 물고기인 빨간개복치(사진)가 포유류처럼 따뜻한 피를 온몸에 순환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물고기 가운데서 이런 사례
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해저 수십∼수백m에 사는 빨간개복치의 남다른 사냥 방식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물고기들은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고 느릿느릿 움직이고 사냥할 때도 추격보다 매복 방식을 선호하지만 빨간개복치는 빠르게 움직이며 먹잇감을 쫓고 장거리 이동을 즐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이 빨간개복치의 아가미 조직 표본을 모아 분석한 결과 아가미에 따뜻한 피를 공급하는 혈관들이 물속에서 산소를 흡수해 몸 중심부로 돌아오는 혈관들 주변을 휘돌아가는 구조로 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웨그너 박사는 이런 구조 때문에 몸 중심부에서 뿜어져 나가는 따뜻한 피가 산소를 빨아들여 몸 중심부로 돌아오는 차가운 피를 따뜻하게 데워 빨간개복치가 다른 어류와 달리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고기 아가미에서 이런 열 교환기관 같은 게 발견된 것은 처음이며, 사람이 이런 원리를 고안해내기 훨씬 전에 동물 몸속에서 이런 혁신이 일어난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 화제] Q: 어류는 변온동물? A: 아닌 경우도 있다!
입력 2015-05-16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