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이 이란 핵협상 결과에 관계없이 이란에 맞먹는 핵 능력을 보유하려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걸프협력회의(GCC) 참석차 워싱턴DC에 온 중동 6개국 정상 중 한 명이 익명을 전제로 “(서방국과의 핵협상에서) 이란이 상당한 규모의 우라늄 농축과 원자력 연구를 허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가 그냥 앉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의 수장이었던 투르키 빈 파이잘(70) 왕자가 최근 한국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란이 무엇을 갖든, 우리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등 중동의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은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과 미국 등 서방국이 진행해 온 핵협상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러한 사우디 등 친미 중동국가의 독자적 핵 능력 향상 의지는 중동의 핵확산(proliferation) 방지를 이란과 핵 협상을 하는 주요 이유로 대온 오바마 대통령에게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GCC 6개국 정상급과의 회담에서 이란 핵협상으로 야기된 이들 국가의 안보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걸프 동맹국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철통같은 확약(iron-clad commitment)을 했다면서 이 지역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걸프국과 협력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대(對)테러, 사이버 및 해상 보안, 탄도미사일 방어 등에서 걸프국과 광범위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군사 훈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미국과 수니파 걸프 왕정국의 전통적 적대국가인 이란을 “이 지역 안정을 해치는” 국가로 지목하면서 이에 맞서 걸프국과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우리도 핵 가질래”… 이란 핵협상에 화난 사우디
입력 2015-05-16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