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안에 광활한 우주 사진이 있다. 토성의 금빛 테두리와 그 주변에 무수히 박힌 별들로 보이는 사진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천상열차분야지도’(사진)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인 황규태의 이 작품은 그런데 남성 시계를 확대해 찍은 것이다.
사진은 진실에 대한 기록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사진이야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매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잘 나가는 사진작가 18명이 카메라의 시선으로 일상의 물건이나 우리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으로 함께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거짓말의 거짓말’전에서다.
구본창의 ‘비누’ 시리즈는 피사체가 비누가 아니라 우유 빛 혹은 살구 빛의 대리석으로 빚은 조각 작품 같다. 백승우는 여행지의 호텔 등에서 찍은 사진을 나열했다. 베란다에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의 사진에는 “아침에 노랫소리에 눈을 떴다. 맞은 편 호텔에서 청소하시는 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작가가 곳곳에서 수집한 것들로, 제3자에게 상황을 상상해 문장을 적도록 부탁한 것이다. 백 작가는 “사진작가의 역할이 과거에는 현실의 전달이었다면 이제는 편집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관은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의 유해 발굴 현장을 찍었다. 검은 밤의 노근리 사진은 너무나 어두워 그 실체를 또렷이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하지만 정작 이 사진은 환한 대낮에 찍은 뒤 기술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작품들을 보다 보면 사진의 거짓말이야말로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02-379-7037). 손영옥 선임기자
‘그림인가 사진인가’ 상식 부순 앵글의 눈속임… 사진작가 18명 ‘거짓말의 거짓말展’
입력 2015-05-18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