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극복하는 교회들] 엠마오교회 안의 또 다른 교회 ‘그나라어린이교회’

입력 2015-05-18 00:00
박성원 그나라어린이교회 목사가 초등학생들에게 안수기도를 해주고 있다.

대구 엠마오교회 안에는 ‘그나라어린이교회’라는 또 다른 교회가 있다. 주일 오후 2시 모이는 초등학생만을 위한 독립 교회인데, 엠마오교회 성도들은 그나라어린이교회 예배를 위해 자리를 비켜준다. 해외 한인교회가 주일 오후 시간에 원주민 교회 예배당을 빌려 사용하는 개념과 비슷하다.

그나라어린이교회 담임인 박성원(40) 목사는 기독교한국침례회에 소속된 어린이 전문 사역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인 한창수 목사와 교단도, 목회 스타일도 다르지만 말씀암송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교회는 지난해 9월 엠마오교회 건물에서 설립예배를 드렸다. 주일학교가 없는 인근 5개 미자립교회는 어린이들을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 엠마오교회 어린이들도 오전에 어른들과 예배를 드리고 오후엔 이곳에서 특별한 예배를 드린다.

박 목사는 “개척교회의 가장 큰 부담은 결국 공간 문제인데 엠마오교회 성도들이 자신의 건물을 포기하면서까지 배려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이곳을 무료로 사용할 때마다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주는 그런 감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나라어린이교회가 초등학생 사역에 집중하다 보니 엠마오교회도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엠마오교회가 전 세대가 동참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어 어린이만을 위한 교육에 취약점이 있는데 박 목사가 단점을 보완해주는 식이다. 박 목사도 사역에 필요한 재정 일부를 엠마오교회에서 지원받는다.

그나라어린이교회는 어린이만을 위한 교회답게 주보 디자인도 카카오톡 모양이며, 1970년대 교복, 보이스카우트 복장 등 소품을 사용해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님의 천사와 씨름을 한 야곱 설교를 할 때면 박 목사가 분장을 하고 사다리에 직접 올라가 메시지를 전한다. 박 목사는 요일 별로 초등학교를 정하고 교회 출석 어린이들의 등교를 돕고 있다. ‘담임목사님과 OO하는 날’을 정해 어린이 한 명씩 하루 종일 박 목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박 목사는 “엠마오교회처럼 전국에 건물을 보유한 교회들이 특수사역의 뜻을 품은 개척교회를 위해 공간을 허락해 준다면 좀 더 많은 교회가 주님의 지상명령 성취를 위해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구=글·사진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