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충희] 글로벌시민교육 필요하다

입력 2015-05-16 00:20

올 1월 말 파리 유네스코에서 전 세계 약 250명의 교육 전문가들이 3일간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필자도 참석한 ‘글로벌 시민교육’ 국제포럼이었다. 전통적인 교육목표는 교육의 기회 확대와 수준 즉 질 향상이었으나 이제는 교육의 ‘방향성’이 더 중요해졌다. 세계는 이주 증가 등으로 문화적 다양성이 일상이 되고 있다. 지구 공동운명체 인식도 상식이 되었다. 상호존중 및 관용도 필수이다.

교육은 빈곤퇴치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속가능 발전이 핵심 목표이지만 최근의 폭력적 극단주의는 교육에 새로운 소명을 부여한다. 유엔 안보리는 폭력적 극단주의와 테러 논의를 위해 매일같이 모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근원적 대응은, 바로 교육을 통한 구체 대안이 최근 대두되는 ‘글로벌 시민교육’이다.

글로벌 시민교육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 기여 봉사 나눔 등 배려와 이웃사랑, 다문화 등 다양성에 대한 관용과 상호이해 및 존중, 환경과 기후변화 등 지구공동운명체에 대한 포괄적인 인식을 다룬다. 이를 통해 유대감과 책임감을 갖춘 글로벌 시민을 길러내자는 것이다. 유네스코 헌장에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라는 말이 있다. 글로벌 시민교육은 바로 이런 평화의 마음, 마음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다. 이제 교실은 ‘우리는 어떤 권리와 책임을 가진 존재인가’를, 그리고 ‘어떻게 남과 더불어 도우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장이 돼야 한다.

향후 15년간의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에도 글로벌 시민교육이 포함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 모두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글로벌 시민교육이 폭력적 극단주의에 유용한 대응수단이라 했다. 반 총장은 글로벌 대학네트워크인 ‘유엔아카데믹 임팩트(UNAI)’와 초·중등 교육 전략인 ‘글로벌 교육우선구상(GEFI)’을 각각 2010년과 12년에 발족시켰다. 모두 글로벌 시민교육이 주 의제다.

한국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세계교육포럼(WEF)을 주최한다. 반 총장, 보코바 사무총장, 각국 정상들과 교육장관, 시민사회 및 청년 등 교육 커뮤니티가 총집결하는 ‘교육 올림픽’이다. 2015년 이후 글로벌 개발목표와 국제사회 관심사인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한 근원적 대응으로서의 교육 역할까지 논의한다.

교육으로 몇 세기 만에 빈곤과 폐허에서 벗어난 우리는 이제 대학진학이나 직업준비를 넘어 글로벌 시민의식을 생각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세계평화, 개발, 인권 등 유엔 3대 어젠다에 교육이 다시 중심에 서고 있는 이때에 한국은 글로벌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와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문화에 대한 높은 수용성과 관용, 상호존중과 애타심을 중시하는 홍익인간의 전통이 있으므로 커리큘럼 개발을 포함하여 글로벌 시민교육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글로벌 시민교육이 장기적으로 각국 교육체계에 뿌리내리면 다름을 이해하게 돼 불관용과 폭력적 극단주의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

국제평화와 안보라는 유엔의 핵심목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교육에 주어졌다. 더불어 사는 의미를 깨닫는 글로벌 시민을 키우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여 국제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교육 브랜드를 기대해 본다.

한충희 주 유엔 차석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