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칼럼]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

입력 2015-05-16 00:19

전도서의 깊은 인생론을 묵상하다 보면 전도자가 제시하는 인생의 의미를 알듯 모를 듯 할 때가 많다. 인생의 결론을 내리고 설명하는 연역적 변증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와 경험으로 얻은 씨줄과 날줄의 진리의 실들을 엮는 귀납적 고백이기 때문이다. 어떤 신학적 체계로도 다 담을 수 없는 것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만이 아니다. 인생의 신비한 경험들 또한 학문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전도서에서 ‘인생이란 이런 것인가?’ 라고 무릎을 치며 만나게 되는 도전적인 말씀 중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말씀은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전 11:1)”는 말씀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씀이요 이해되지 않는 말씀이다. 앞의 명령은 실로 무모한 행동이요 뒤의 약속은 행복하게 하는 축복이다.

새번역은 이 말씀을 “돈이 있으면 무역에 투자하여라. 여러 날 뒤에 이윤을 남길 것이다”라고 번역했다. 왕대일 교수(감신대)는 이 번역을 자본주의 시대의 문화환경에서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떡을 돈으로, 물을 해상무역으로, 도로 받는다는 것을 이윤을 얻는다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왕 교수는 원문에 나타난 단어들에는 어떤 투자나 이윤을 얻는 의미가 전혀 들어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도자는 이미 한평생 부귀와 영화를 누려본 자이고 앞서 돈을 좋아하는 것은 만족이 없다고 고백한 바 있기에(전 5:10) 더욱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떡을 물 위에 던지라”는 말씀은 가장 모험적인 선택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기도 하는 인생의 예측불허 한 체험을 누려보라는 말씀으로 해석될 수 있다. 떡을 물 위에 던지라는 말씀은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극적으로 체험한 사람의 고백이다.

떡을 물 위에 던지는 것은 낭비처럼 보인다. 물에 젖은 떡은 아무 쓸모없는 것이 아닌가. 떡은 먹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 물에 버리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떡을 물에 던지라는 것은 다시 되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또 어느 기간 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한번 살아보라는 것이다.

얻고자 하는 자가 잃을 수 있고, 잃고자 하는 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 누리고 있는 것, 붙잡고 있는 것을 포기하면 꼭 죽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내려놓음으로써 진정 살게 되고 복된 인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주고받는(give and take) 것을 삶의 원리로 삼는다. 사람들은 당장 돌아올 것 같지 않은 곳에 삶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들은 물 위에 떡을 던지는 듯한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건 없는 기부, 아낌없는 긍휼, 더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마음 등으로 살아간다. 이들은 하나님의 원리가 ‘주고 또 주고(give and give)’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이 하나님의 원리대로 살면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오는 보상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이다. 고 하용조 목사는 초기 한동대의 위기 속에서 교회가 아무 조건 없이 헌금을 드린 후에 이런 고백을 성도들 앞에서 했다. “한동대를 도와준 만큼 우리의 마음이 그 액수만큼 더 커진 것입니다.” 한동대를 지원하면서 도리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 큰 보상을 마음이 넓어진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인생이란 생각하지 못한 기쁨과 축복이 항상 기다리는 모험이다. 익숙한 계산속에 ‘무엇을 보상으로 얻을 것인가’ 만을 따지며 살아가는 인생은 결코 이 말씀의 살아있음을 체험할 수 없다. 당장 무엇인가 얻을 수 있는 곳에만 투자하지 말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 투자해보라. 이런 투자는 당장에 눈에 보이는 보상은 없다. 눈앞에서 떡이 물에 떠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물 위에 떡을 던지는 듯한 모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도로 찾게 되는 짜릿하고 감격적인 하나님 체험 또한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은 하나님과 함께 하는 모험이다. 내 계산과 경험에 갇힌 인생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도전 속에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는 여행이다. 전도서 기자가 경험한 이 놀라운 진리를 우리의 삶 속에서도 체험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모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Nothing Ventured, Nothing Gained).’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