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45) 감독은 2012년 12월 K리그 클래식 ‘명문구단’ 수원 삼성의 사령탑에 오른 뒤 스승인 김호 감독으로부터 이런 조언을 들었다. “정원아, 좋은 감독이 되고 싶냐? 그러려면 많이 져라.” 서 감독은 스승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2013 시즌 15패(15승8무)로 5위에 그친 서 감독은 그제야 스승의 속내를 헤아릴 수 있었다. 절치부심한 서 감독은 지난 시즌 수원을 K리그 클래식 준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서정원 체제’가 확립된 수원은 이번 시즌 개막 후 순항했다. 그러다 5월 들어 위기를 맞았다. 서 감독의 지도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수원은 지난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FA컵 32강에서 베스트 멤버를 총출동시키고도 3대 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 4로 패했다. 일주일 동안 FA컵, K리그 클래식,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로 이어지는 3개 대회 3연전의 첫 판을 망친 것이다. 서 감독은 염기훈을 이른 시간에 교체했다. 2-0으로 앞서다 한 골을 허용한 뒤 교체하며 다음 경기를 대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악수(惡手)가 됐다. 수원은 패했을 뿐만 아니라 연장전까지 치르면서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더 커졌다.
서 감독은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승점 20점을 획득, 2위 자리를 지키지만 패하면 제주에 2위 자리를 내줘야 한다. 양 팀 모두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수원은 지난 시즌 제주를 상대로 3승1무의 우위를 점했다.
이날 경기엔 김호 전 감독이 수원의 응원반 어린이 두 명과 공동 시축을 한다. 서 감독은 스승에게 승리를 선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선수들이 지친 상태에서 김은선, 산토스, 오장은 등이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한다.
서 감독이 믿는 것은 수원의 새 승리 방정식인 ‘염킥대세(염기훈의 킥을 올리면 정대세가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수원은 FA컵 32강전에서 ‘염킥대세’로 2골을 뽑아냈다. 염기훈과 정대세는 이번 시즌 각각 리그 5골·6도움, 2골·4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
반면 제주로서는 원정 무승 징크스를 씻어낼 절호의 기회다. 홈에서 4승1무(10득점 2실점)지만, 원정에서는 2무3패(2득점 5실점)로 승리가 없다.
수원은 19일 같은 장소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치른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5월 위기’ 서정원 감독 지도력 시험대 섰다… 수원, 일주일간 3개 대회 치러
입력 2015-05-16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