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사이공’ 투이 역으로 英 진출 조상웅, 안정된 노래와 연기로 성공적 하모니

입력 2015-05-18 02:03
조상웅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 공연중인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시어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로젝트H 제공

지난 11일(현지시간) ‘뮤지컬의 종가’로 불리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프린스 에드워드 시어터. 지난해 25주년 기념으로 제작돼 오픈 런(폐막시기를 정하지 않은 공연) 중인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 새로운 캐스트로 처음 바뀌는 날이었다. 새 캐스트에는 여주인공 킴의 정혼자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투이 역의 조상웅(32)이 당당히 들어가 있다.

조상웅은 같은 배역을 맡아 한국 뮤지컬 배우 최초로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던 홍광호의 자리를 이었다. 그는 지난달 3월 ‘미스 사이공’ 제작사인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의 오디션에 합격했다(국민일보 4월 20일자 단독보도). 지난달 7일 런던으로 출국해 한 달간의 연습을 마치고 공식 무대에 오른 조상웅은 첫 장면에선 긴장한 듯 힘이 조금 들어간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안정된 노래와 연기로 다른 배우들과 하모니를 이뤘다.

‘미스 사이공’은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이른바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이다. 베트남 전에 파견된 미국 군인 크리스와 현지 소녀 킴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25주년을 맞아 연출을 바꾼 ‘미스 사이공’에서 투이는 킴에게 집착하는 기존의 악역에서 벗어나 킴에 대한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잃는 비극적 인물로 그려졌다. 조상웅은 깨끗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킴을 향한 사랑을 호소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캐스트가 바뀐 이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을 만든 전설적인 극작가-작곡가 콤비인 알랭 부브릴과 클로드 미셸 쇤버그도 극장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조상웅은 공연을 마친 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의 본고장인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게 돼 정말 기쁘다. 지금까지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연습한 만큼, 앞으로 좀 더 좋은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 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공연에는 조상웅 외에 또 다른 한국 배우가 나왔다. 킴이 일하는 술집 아가씨들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한 김수하(22)다. 단국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수하는 조상웅과 마찬가지로 지난 3월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의 오디션에 최종 합격했다. 여주인공 킴의 언더스터디(주역 배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입되는 배우)를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앞서 1994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이소정이 주인공 킴으로 출연한 적이 있지만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서는 아직 없었다. 런던=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