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불린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승리를 이끌어 붙여진 별명이다. 1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은 왜 김 감독이 야신으로 불리는지 증명하는 경기였다.
3-3으로 팽팽히 맞서던 5회초. 1사 후 한화는 강경학의 안타와 도루 및 이용규의 3루수 실책 출루로 1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나온 타자는 권용관. 김 감독은 타격이 약한 권용관이 병살타를 칠 것을 우려해 이용규에게 2루 도루를 지시해 1사 2, 3루로 만들었다. 이제 안타 한 개면 2점을 올리는 상황. 삼성도 이를 알고 전진 수비에서 보통 수비로 돌아갔다. 그런데 삼성 선발 장원삼이 2구째 공을 던지자 3루 주자가 갑자기 홈을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권용관은 스퀴즈 번트를 댔다. 당황한 삼성 수비는 3루 주자도, 1루 주자도 잡지 못한 채 허망하게 한 점을 내줬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삼성은 계속된 2사 2, 3루 위기에서 1회초 스리런 홈런을 때린 최진행을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김경언을 선택했다. 이때 김 감독은 대타를 내세웠다. 허벅지 부상으로 최근 출장하지 못한 김태균이었다. 김태균은 일본에서 복귀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장원삼을 상대로 3년간 타율 0.538을 기록할 만큼 ‘천적’이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삼성 장원삼은 김태균과 승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김태균은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김 감독의 절묘한 작전 3개로 점수는 순식간에 8-3으로 벌어졌다. 결국 한화는 이 점수를 바탕으로 삼성을 9대 7로 꺾고 주중 3연전을 2승1패로 장식했다.
KIA 타이거즈는 김원섭의 2점포 등 장단 12안타를 몰아치며 kt 위즈를 10대 2로 대파하고 4연승을 내달렸다. KIA 선발 임준혁은 6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4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막아 2008년 6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6년10개월 16일 만에 선발승을 올렸다.
SK 와이번스는 9회말 2사에서 앤드루 브라운의 역전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9대 8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넥센 히어로즈는 롯데를 10대 5로 제압하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득점 없이 0대 0으로 비겼다. 올 시즌 첫 무승부 경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야신’ 뜻대로… 한 이닝 도루·대타 대성공
입력 2015-05-15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