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해 왔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시 한국 동의를 전제 조건으로 삼도록 하는 조문이 타국군 후방지원 활동을 다루는 법안에는 포함됐지만 정작 중요한 집단 자위권 행사 관련 법안에는 없어 파장이 예상된다.
14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이날 오후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개최해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최근 합의한 안보 관련 10개 법률 개정안과 국제평화지원법안을 의결하고 15일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전후 70년 만에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이 ‘전수방위’(일본이 직접 공격받을 때만 무력을 행사한다는 원칙)의 껍질을 깨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한 발짝 다가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에 의결된 법안은 무력공격사태법과 주변사태법 등 10개 법안의 개정을 포함한 ‘평화안전법제정비법안’과 새로 도입되는 ‘국제평화지원법안’ 등 크게 두 가지다.
평화안전법제정비법안에는 지난해 아베 정권이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가능해진 집단 자위권 행사의 요건들이 담겼다. 이 법안에 따르면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일지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판단되면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해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 또 당초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후방지원만 가능했던 자위대의 활동 범위도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능하게끔 확대됐다. 미군으로 국한됐던 자위대의 후방지원 대상도 미군을 포함한 외국군으로 늘었다.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가 한국 영역에 진입할 경우 반드시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근거가 될 ‘영역국가 동의’ 규정은 타국군 후방지원 활동을 다루는 중요영향사태법안과 국제평화지원법안에 들어간 반면 집단 자위권 관련법인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신설된 국제평화지원법안에서는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하는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자위대 해외 파견 시 국회 승인만 받으면 더 이상 특별조치법(특별법)을 만들지 않아도 되며, 총리가 국회에 승인을 요구할 경우 중의원·참의원은 각각 7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규정이 붙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각의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새 법안을 “일본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확실히 하기 위한 평화안전법제”라고 치켜세우며 “무력행사를 허용하는 3가지 요건과 국회의 승인 절차 등이 (전쟁의) 제어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이 이라크전쟁과 같은 미국 주도의 전쟁에 말려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평화헌법의 근간은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 것인데 그것을 바꾸는 각의 결정으로서 매우 문제가 있는 법안”이라며 “엄격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도쿄 총리관저 인근과 번화가인 긴자 등지에서는 새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시민 13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집단 자위권법 ‘사전 동의’ 조항 빠졌다
입력 2015-05-15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