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프랑스인이 유언에 따라 64년 만에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부산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다.
유엔기념공원 관리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고(故) 레몽 조셉 베나르(87·프랑스)씨가 15일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다고 14일 밝혔다. 베나르씨의 유해는 아내(85)와 두 아들, 손자 등과 함께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유엔기념공원 박은정 홍보과장은 “유엔군 참전용사가 전쟁 후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유언에 따라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1951년 11월 29일부터 3개월간 한국전에 참전했던 베나르씨는 본국으로 돌아가 생활하면서 가족에게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전우들 곁에 꼭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유엔기념공원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표한 참전용사들이 많았지만 규정상 안장이 허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한유엔기념공원의 설치 및 유지를 위한 대한민국과 유엔 간 협정’은 전쟁 중 죽거나 부상해 치료 중 숨진 전몰 용사들만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허용하고 있다.
베나르씨 유족들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안장을 허용해 달라”며 유엔기념공원 측에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고, 최근 11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관리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참전용사들도 사후 안장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프랑스 육군 제3대대 소속 하사였던 베나르씨는 귀국 후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하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2010년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이후 자신의 집에 태극기를 걸어놓는 등 한국에 애정을 갖고 생활했다.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가수 이승철씨와도 인연을 맺었다. 이씨가 자신의 노래가 담긴 CD를 선물했고, 2011년에는 베나르씨를 서울로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안장식 때 추모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유골함을 건네받은 이씨는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하시고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그 유언이 우리에게 너무나 큰 용기를 줘 감사의 마음이 든다. 한국에서 영면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나르씨의 아들은 “너무 슬프기도 하지만 감격스럽고 감동스럽다”며 “어머니의 사랑이 아버지의 사랑보다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유골함을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가 1951년 1월 조성한 유엔기념공원에는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21개국 전몰용사 1만1000명이 안장됐으나 대부분 자국으로 송환되고 현재 2300여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프랑스인 전몰용사는 22명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푸른 눈의 참전용사, 생전 유언대로 한국서 잠든다
입력 2015-05-15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