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열매 재배로 명성이 자자한 가나. 그러나 초콜릿은 고사하고 여느 아프리카 국가와 다름없이 한 끼 식사를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서양을 끼고 도는 서아프리카의 해상 무역로로 국가 경제가 겨우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고질적인 빈민 문제와 맞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가난한 자, 병든 자, 버려진 자들의 친구였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더욱 필요한 곳이다.
2012년 10월 가나한인교회에서 매달 나가는 선교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교회는 의료 및 구제, 아동 사역 등을 통해 현지 마을에서 그들의 긴급한 필요들을 채워줬다. 내가 주목한 점은 봉사 참여자 다수가 십대들이라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중·고등부 친구들이 자원해 봉사에 참여했다. 먼 나라에 와서 외로움을 탈 법도 한데 녀석들은 입시를 위해 공부를 강요당하는 한국의 또래들보다 더 넓은 가슴으로 세상을 보듬고 있었다.
바닷가에 인접한 병원과 낡은 판자로 구성된 빈민촌은 염기 가득한 공기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나고 있었다. 한 달에 하루 봉사하는데 이런 날씨를 불평할 수는 없다. 십대 친구들은 전문 의료인을 도와 다친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해주거나 약을 분배하고, 현지 아이들과 게임을 하거나 교육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교회 공동체의 사랑을 나눴다. 십대들의 재기발랄한 움직임은 한인교회 전체 사역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십대를 바라보는 시선이란 그저 투자 가치가 있는 교육부서의 역할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그들 역시 어른들 못잖게 복음의 전선에서 수고로운 땀을 흘릴 줄 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어쩌면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보다 본질적인 선교 사역을 감당할 수도 있다. 느낌이 충만한 그네들의 시선에서는 현지인들과 마음을 트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가나에서도 그랬다. 십대들 주변에는 항상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전하는 복음의 형태는 딱딱하지도 관료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의 순수함이었다.
선교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가서 우리가 은혜 받고 왔어요.” 그 말에는 진실함이 있다. 기도와 말씀으로 선교를 준비하고, 현장에서는 진리와 사랑을 나누다 보면 그 은혜에 본인이 더욱 빠져드는 것이다. 마치 가르치면서 더욱 지혜로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는 필드를 휘젓는 십대들의 열정어린 헌신을 통해 이번 사역에서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교여행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 흔히들 선교 봉사하면 ‘현지를 도와주러 간다’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이 말에는 ‘우리가 물질적으로 더 풍성하니 도와주는 거고, 고등교육을 받았으니 가르치는 것’이라는 무의식 속의 우월성이 포함돼 있다. 나는 청년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구원의 은혜를 받은 우리는 그런 표현보다 더 성경적인 표현을 쓰기를 권유한다. ‘돕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 맞는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이미 하늘로부터 거저 받았으니 마땅히 거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계산되지 않은 깨끗한 아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봉사하는 중 간단한 음식과 물로 허기를 달랬다. 아무렴 어떤가. 그럼에도 감사하며 기쁘게 섬기는 십대 아이들을 보노라면 어른으로서 나는 더욱 헌신해야 할 책임감을 느끼며 자극을 받게 된다. 초콜릿의 원료가 생산되는 나라에서 정작 초콜릿을 보기 몹시 어려운 나라. 이 아이러니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꿈조차 제대로 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알을 심어주는 십대 친구들의 아름다운 헌신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리라 믿는다.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
[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55) 선교 현장의 십대들-가나한인교회 선교활동에 참여하다
입력 2015-05-16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