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재범 막아야” vs “反인권적 처분”… ‘화학적 거세’ 위헌일까, 헌재 첫 공개 변론

입력 2015-05-15 02:42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화학적 거세를 규정한 ‘성폭력 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법’의 위헌심판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성(性)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가 위헌인지를 가리기에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재범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찬성 논리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잉처분”이라는 반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오후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약물치료법)에 대한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장, 이재우 공주치료감호소장 등이 출석해 의견을 냈다. 현행 약물치료법은 성범죄자가 19세 이상의 성도착증 환자로서 재범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검사가 법원에 약물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최장 15년의 치료 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 이 치료는 성적 욕구를 거세 수준으로 낮추는 약물을 쓰기 때문에 화학적 거세라는 별칭이 붙었다.

주요 쟁점은 화학적 거세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공격성이 낮아지면서 성격이 온화하게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 과장은 “공격성에는 두 가지 측면에 있다.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공격성도 있지만 누군가를 이기고 무언가를 쟁취하려는 것도 공격성”이라며 약물치료의 반(反)인권적 측면을 비판했다.

그는 “비자발적인 화학적 거세는 효과가 없고 생명이나 의료윤리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이제라도 전문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는 성도착증 증세보다는 충동조절장애나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정신적 문제들과 더 관련이 깊다”며 “상담치료가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법무부 측 서규영 변호사는 “성폭력은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73.8건이 발생하고 있고,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는 하루 평균 2.9건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기존 형벌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물의 안정성 논쟁도 뜨거웠다. 송 과장은 “만성적 성도착증에 대한 호르몬 억제요법은 최소 3년 이상 시행돼야 하는데 장기간 치료는 부작용 위험이 심각하게 높다”면서 “약물 투여를 멈추면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다시 올라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소장은 “일부 약물은 관절통이나 피부 질환이 나타나지만 이는 치료를 중단하지 않아도 대부분 사라진다”며 “대표적 부작용인 골밀도 감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칼슘과 비타민 보충 조치 등을 한다”고 맞섰다. 이 소장은 “약물치료를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재범률은 각각 1∼18%, 9∼68%로 크게 차이가 났다”며 약물치료의 효과를 강하게 주장했다.

2013년 대전지방법원은 5∼6세 어린이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약물치료 명령을 받은 임모(36)씨 사건을 심리하던 중 “약물치료법이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변론을 검토한 뒤 이르면 올해 안에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