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10초 만에 상황 끝… 순식간에 9발 난사

입력 2015-05-15 02:40
군 관계자와 취재진이 14일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총기난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가해자 최모씨가 있던 1번 사로 주변에 핏자국이 가득하다. 김지훈 기자

13일 예비군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단 10여초 만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있던 통제관과 조교들은 미처 손도 쓰지 못하고 현장을 빠져나가는 데 급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조사하는 육군 중앙수사단장 이태명 대령은 14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단 10초 동안 상황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인 최모(23)씨가 동료들에게 총탄 9발을 난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10여초라는 설명이다.

당시 2사로와 3사로 사이에서 사격훈련을 통제하던 조교는 1사로의 최씨로부터 7m나 떨어진 탓에 그를 즉각 제압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초동 대처에 실패한 통제관과 조교들은 “대피하라”는 지시만 내리고 예비군들과 함께 사격장을 떠난 뒤 상황이 끝난 다음에야 돌아왔다.

최씨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정황도 여럿 포착됐다. 최씨는 사건 전날 조교에게 “(범행 장소인) 1사로가 (총알이) 잘 맞는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격 당일에도 동료 예비군들에게 같은 말을 하면서 자리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조교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사로를 골라 조기 제압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머리나 얼굴에 총상을 입은 사실도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군 수사당국은 최씨가 명백히 살해 의도를 갖고 조준 사격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령은 “조준 사격이란 가늠좌와 가늠쇠를 일치시키는 걸 말하는데, 최씨는 단발 상태에서 조준에 준하는 사격을 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범인 최씨는 올해 초부터 선박용접공 자격시험을 준비했으나 실패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 입대 전인 2010년 초 ‘과다운동성 행실장해’로, 전역 후인 지난해에는 ‘적응장애’로 총 6회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군복무 중에도 자살 징후가 식별돼 관심병사로 분류됐으며 주특기 적응에도 어려움을 보여 보직이 네 차례나 변경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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