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짝도 못 나가는 공무원연금 협상

입력 2015-05-15 02:26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이병주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한 여야 논의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5월 임시국회는 문이 열렸지만 여야 간 대화의 끈이 끊겨 상임위는 ‘올스톱’ 상태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 재추진을 위한 당정청 대책회의를 계획했지만 청와대의 요청으로 일정 확정이 보류됐다. 협상 파트너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존 합의에 기초연금 연계와 법인세 인상까지 요구하고 나서 돌파구 찾기가 난망이다.

5월 임시국회가 14일 나흘째로 접어들었지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간 대화 채널은 꽉 막혀 있는 상태다. 둘은 지난 10일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에서 5월 임시국회 일정을 잡았지만 이 원내대표가 주례회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후 한 차례 만남도 갖지 못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와) 연락을 못하고 있다. 당장 연락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감정싸움도 격해지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린 지난 12일 새누리당을 향해 “합의를 밥 먹듯 걷어찼다”고 날을 세웠고, 유 원내대표는 “저런 야당과 어떻게 합의를 해나갈 수 있을지 참 걱정”이라고 맞받아쳤다.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일단 여권 내부에선 당청 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지난 주중 청와대에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청 회의를 10일 여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급박한 일정 탓에 양측은 1주일 늦춘 17일 오후 3시로 회의를 잡았다. 유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알리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청와대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전날 일정 확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류나 연기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고 현재 채널로 그대로 갈지, 아니면 강화해야 할지를 포함해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게 감정을 상하게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합의 파기 책임을 여당에 돌린 채 내홍 수습에 바쁘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과 4·29재보선 참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여서 당장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할 여유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 김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5·18 기념행사에 나란히 참석하기로 해 협상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문 대표를 만나면 공무원연금 개혁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