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국 찰스 왕세자의 서한들이 무더기로 공개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찰스 왕세자는 군 장비와 환경 문제부터 학생들의 영양 문제, 동종요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고위 공직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찰스 왕세자가 2004∼2005년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와 산업부, 보건부 등 7개 부처 장관에게 보낸 27통의 서한을 공개했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 3월 가디언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찰스 왕세자의 서한을 정부가 정보공개법 절차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찰스 왕세자는 도시 디자인에 필요한 고고학 콘퍼런스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하거나 불법 낚시에 대한 우려, 학생들의 식사습관에 관한 문제 등 여러 분야의 사안에 개입했다.
2004년 9월 블레어 총리에게 전한 서한에서 찰스 왕세자는 “국방부가 이라크에 장비를 보내는데 노후한 해상작전헬기(Lynx)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블레어 총리에게 “정보공개자유법이 존재하는데 당신은 친절하게도 내가 글을 남기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한다”면서 서한들이 공개될 경우에 대해 농담을 하는 ‘선견지명’을 보이기도 했다.
찰스 왕세자의 서한들은 악필로 쓰여 ‘검은 거미(black spider)’ 서한으로 불려왔다. 영국 정부는 편지가 공개되면 찰스 왕세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공개를 반대해 왔다.
영국 왕실은 이날 “왕세자가 더 나은 영국과 세계를 만들기 위해 개인과 조직을 돕는 데 헌신해 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결국 찰스 왕세자 서한 공개한 英
입력 2015-05-15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