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 100개를 뽑아서 그의 저작 250가지 전체의 빛으로 해석하고 신학과 역사, 철학과 과학으로 조명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텍스트 의미가 무엇이며 오늘의 기독교 신앙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포이에마)를 펴낸 김남준 목사는 14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벌말로 열린교회 목양실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책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의 목양실 전체는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한쪽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뽑아왔다. 김 목사가 애용했다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이었다. 다양한 번역본이 있지만 1965년 라틴어를 한국어로 처음 옮긴 420쪽짜리 작품을 즐겨 읽었다고 했다.
책을 열자 노랑색 하이라이트와 밑줄이 빼곡했다. 책의 여백에는 감상을 꼼꼼하게 메모한 흔적도 보였다. 김 목사는 책을 펼쳐 보이며 “아우구스티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한결같이 사랑의 사람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또 생각이 넓어요. 고백록을 두고두고 읽어 보세요”라고 했다.
1990년대 이후 국내 목회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다작을 펴내며 한국교회 안에 장 칼뱅을 비롯해 존 오웬, 조너선 에드워즈 등 17세기 정통주의 신학을 소개하고 계승하고 있는 김 목사. 그는 한국교회를 ‘조국교회’라 칭하며 개혁교회의 유산이 목회 현장에 든든히 뿌리내리기를 갈망하는 목회자이다.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와 인연이 깊다고 했다. 이번 책이 나오기 전까지 ‘고백록’만 최소 100번 이상 읽었다. 처음 읽은 것은 회심하기 이전인 20대 초반이었고 신학대학원 시절에도 다시 한 번 읽었다. 그러나 당시엔 큰 깨달음이나 감동은 없었다고 한다.
“세 번째 읽었을 때는 달랐습니다. 10여 년 전 허리 통증으로 열흘 정도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때 병상에서 고백록을 읽었습니다. 정신을 집중해 사흘에 걸쳐 완독했습니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한 사람 지성의 위대함 때문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고백했습니다. ‘주님, 이 책의 저자는 천재입니다.”
김 목사는 그 후에도 6개월을 울면서 고백록을 읽고 또 읽었다. 읽을수록 빠져들어서 영어로 읽었고 라틴어본까지 찾아가며 읽었다. 교회 건물 옥상에는 ‘아우구스티누스 파크’까지 조성했다. 이번 책을 위해서는 180여권의 국내외 저작과 논문을 참조했다. 단순히 참조만 한 게 아니라 대부분 읽었고 소화했다. 그리고는 단 20일 만에 책을 써내려갔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미셀러니’가 부제인 이번 책은 컴퓨터 키보드나 자필로 쓰지 않았다. 휴대전화 문자로 썼다. 그의 전화기는 8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3G 슬라이드형이다. 김 목사는 이동하면서 틈날 때마다 문자 메시지로 원고를 썼다. 휴대폰 화면을 가득 채우면 원고지 5매 분량이 나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75년을 살았다. AD 4∼5세기 당시 로마인 평균 수명은 25세였다. 그는 장수하면서 인간 존재와 자아의 문제로 화두로 던지며 일생을 천착했다. ‘고백록’은 그가 히포의 주교로 임명된 직후인 397년과 398년에 썼다. 그리스도를 향한 정신적 여정과 신앙의 고백을 적었다. 자서전이자 기도서다. 김 목사는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그는 서양 사상의 바다로 나가는 ‘수문(水門)’입니다. 단순히 기독교만 수문 역할을 한 게 아니었어요. 정치 경제 역사 철학 과학 기호학 언어학 심리학 등 인간이 관여하는 모든 방면을 다뤘어요. 어쩌면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견될 수 있겠습니다. 5세기까지의 지적(知的) 조각이 아우구스티누스에 모여 용해되면서 서양 사상의 바다가 펼쳐진 것이지요.”
김 목사는 그러면서 사상과 신학을 상실한 ‘조국교회’를 안타까워했다. “오늘 한국 기독교의 심각한 문제는 존재의 울림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존재의 울림이란 무엇입니까. 이는 초대교회부터 전해진 ‘존재의 선포’ 입니다. 지위나 소유에 상관없이 기독교인 앞에 서면 인간으로서 자신이 모자란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행복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존재의 울림입니다.”
그는 “요즘 비기독교인들은 불교 승려는 ‘철학자’로, 기독교 목사는 ‘비즈니스맨’으로 여기는 게 현실”이라며 “기독교 힘은 사상과 윤리에서 나온다. 이 둘을 묶는 게 은혜인데, 은혜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이 탄탄한 학문 속에서 사상을 다져야 하는데 요즘은 책이 조금만 어려워도 읽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의 근육을 약화시킨 책임이 목회자에게 있다고 했다.
김 목사가 책을 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상은 없고 얄팍한 체험이 득세하는 시대에 아우구스티누스를 통해 위대한 사상의 세계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윤리적 삶에 충실하면서 하나님의 은총을 받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김 목사는 “아우구스티누스는 한국교회를 치유할 처방제”라고 했다.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심사는 처음엔 하나님 사랑, 히포의 주교가 된 이후에는 교회 사랑, 말년에는 그리스도 사랑으로 나누어진다”며 “우주를 감싸는 위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그리스도인들이 향유하며 존재의 울림을 만들어낸다면 한국교회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양=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책과 영성] 김남준 목사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한국교회 치유법 있어요”
입력 2015-05-1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