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참스승은 사라지고 좋은 직장만 남았다… 2015년 대한민국 교사 자화상

입력 2015-05-15 02:42

학교 수 2만438곳, 학급 수 27만3210개, 학생 수 696만3655명(지난해 4월 기준). 이런 거대한 학교 현장에서 ‘교사’라는 이름으로 교단에 서는 사람은 48만7336명이다. 교사는 외부에서 보기에 ‘괜찮은’ 직업이다. 안정적인 직장에 부족하지 않은 급여, 방학 등으로 일반 직장인보다 많은 휴일, 선생님이란 명예까지.

그래서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교사들의 불만은 ‘배부른 소리’ 정도로 치부되곤 한다. 스승의 날(15일)을 맞은 ‘2015년의 대한민국 교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이들은 행복할까.

◇교사 기죽이는 사회=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사건은 모두 439건이다. 10년 전 178건보다 2.5배 증가했다. 종종 엽기적인 교권 침해사례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지난달 8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1교시 수업을 준비하던 중 들이닥친 학부모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는 일이 있었다. 전날 자신의 아들이 크레파스를 집어던졌다가 교사로부터 꿀밤을 한 대 맞았다는 게 ‘난동’의 이유였다.

교권 침해가 늘어난 배경은 뭘까.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진 점, ‘하나만 낳아 곱게 기르는’ 저출산 세태, 입시 위주의 일그러진 교육풍토 등이 주범으로 꼽힌다. 교사가 학생, 학부모, 학원 강사 등에게 치이고 있는 것이다.

학교 현장을 둘러싼 이념대립도 교사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교육부와 보수 진영은 ‘교권 강화’에, 진보교육감과 진보 진영은 ‘학생 인권’에 방점을 찍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쪽에서 교권이 끝없이 실추되는 면을 부각하면, 다른 쪽에선 인권 침해를 당한 학생의 모습을 부르짖는다. 학교 현장은 혼란스럽고 교사들은 방관자가 되기 쉽다.

◇“스승이 사라지고 교사라는 엘리트 직업만 남았다”=부산의 20년차 진로진학 교사는 “아이들과 부딪히며 끈끈한 정(情)을 나누기보다 관료 조직처럼 ‘할 일만 하겠다’는 후배들이 늘어 씁쓸하다”며 “나이 먹은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교에 스승이 사라지고 교사라는 엘리트 직업만 남았다는 자조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자괴감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육학과 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교수·학습 국제조사’를 분석했더니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이 20.1%였다. OECD 회원국 중 1위다.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36.6%로 평균(22.4%)보다 높았다.

명예퇴직을 하려는 교사는 줄을 섰다. 교총이 교원 2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55.8%)이 ‘교권 추락과 생활지도 어려움에 대한 대응 미흡’을 명예퇴직 이유로 꼽았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교원·학부모·교직원·학생 간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교사가 주체가 돼 스스로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새로운 교원상’ 정립도 필요하다”며 “정치권과 정부도 스승의 날에만 반짝 얘기할 게 아니라 교원의 자존감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도경 정부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