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소환… 조사 쟁점] 2013년 4월 4일 成 방문 여부… 참고인 진술로 李 주장 격파

입력 2015-05-15 02:41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서울고등검찰청의 취재진 앞 포토라인에 서 있다. 이 전 총리는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수사의 목적이 어떻게 기소겠는가. 그 말을 뒤집어 봐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수사 목적은 기소”라며 홍준표(61) 경남지사를 불렀을 때 검찰 내부에선 ‘이유 있는 자신감’이라는 시각이 컸다. 지난해 대한민국 모든 검사들이 처분한 사건 중 기소에 이른 건수는 36.7%에 지나지 않았다(불기소 47.2%, 이송 16.1%).

핵심증거 확보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3할에 불과한 확률에도 ‘목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수사팀은 “일시·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피의자를 소환하지 않는다”고도 밝힌 바 있다. 14일 검찰에 출두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도 홍 지사처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일시·장소가 구체적으로 복원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3년 4월 4일에=수사팀은 “2013년 4월 4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방문자가 많아 성 전 회장이 왔는지 기억 못한다”는 이 전 총리의 주장을 참고인들에게서 얻은 진술들로 격파해 나갔다.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 캠프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한모(61)씨는 지난 6일 참고인으로 소환돼 “성 전 회장을 본 날은 4월 4일이 분명하다”는 진술을 유지했다. 그날 선거사무소에서 자신이 참석하지 못한 충남도청 개청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성 전 회장을 목격했기 때문에 기억이 명확하다는 설명이었다.

한씨는 그날 부여군의원들로부터 “대통령도 참석한 개청식에 네가 못 와 아쉬웠다” “햇빛이 심했는데 해가림이 없어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수사팀은 이 진술을 성 전 회장의 고속도로 통행기록, 차량 위성항법장치(GPS) 자료 등으로 검증했다. 다만 이 전 총리 측에서는 여전히 수사팀이 정확한 시각을 특정하지 못한 채 소환했다는 항변도 흘러나온다.

◇현금 3000만원이=의혹의 요체인 금품 전달과정 확인에는 당일 성 전 회장과 함께 이동한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이 한몫했다. 수사팀에 자주 소환된 수행비서 금모(43)씨는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할 때 쇼핑백에 담긴 3000만원을 가져다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기사 여모(41)씨와 비서 임모(38)씨도 “회사에서 돈을 마련해 가지고 내려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 측은 ‘현금 3000만원’을 직접 본 사람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상한 자금 흐름과의 연관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 자금담당이었던 한장섭(50) 전 부사장이 낸 현장 전도금 인출내역, 이 전 총리가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회계보고서를 대조하는 작업도 마쳤다. 수사팀이 지난 13일 선관위에서 압수한 자료 중에는 이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 일체가 담긴 예금통장 사본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 측 인사들이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였던 윤모(44)씨와 자원봉사자 한씨에게 기만하게 연락을 취한 배경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윤씨와 한씨는 2013년 4월 4일에 ‘독대’가 있었다고 언론에 증언한 이들이다. 한씨와 윤씨에게 연락한 이 전 총리 측근 김민수 비서관을 장시간 조사하기도 했다.

이경원 신훈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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