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중앙아시아∼중국 연결 실크로드 “네스토리우스파 교회 순례길 만들자”

입력 2015-05-15 00:16
키르기스스탄 최근봉 선교사가 자신이 만든 십자가 문양의 엽서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붉은 십자가 문양은 초원 유목민들의 이동천막 내부 중앙에 걸어놓는 장식.
기독교 선교계 일부에서는 ‘복음의 서진(西進)’론을 제시한다. 이스라엘에서 태동된 복음의 물결이 유럽을 거쳐 아메리카, 아시아와 중동을 돌아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서구교회의 역사관이기도 하다. 동방교회는 1054년 서방교회와 결별한 이후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앞서 5∼14세기는 동방교회의 분파였던 네스토리우스파의 선교시대였다. 당시 네스토리우스파는 시리아에서 시작해 페르시아와 아르메니아,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신라의 경교), 일본까지 ‘동진(東進)’을 거듭했다.

최근 중앙아시아 한국 선교사들 사이에 네스토리우스파 교회가 남긴 유적지를 탐방하고 기독교 신앙을 회복하자는 ‘순례길 네트워크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최근봉(58·GMS소속) 선교사가 앞장서고 있다. 1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선교사는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스탄’ 국가에는 네스토리우스파 교회 유적이 많다”며 “돌과 그림, 비석, 동전, 유목민 천막 등에 십자가 문양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23년차 선교사인 그가 네스토리우스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년 전 키르기스 문화를 알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헌책방에서 발견한 고서(古書) 때문이다. 19세기 러시아어로 기록된 ‘키르기스스탄의 비명학(碑銘學)’으로, 네스토리우스파에 대한 연구서였다. 그는 책을 탐독하며 자료를 추적했다. 키르기스 도서관을 수없이 드나들었고 러시아의 모스크바까지 달려가 자료를 수집했다.

로마의 교회 감독이었던 네스토리우스(381∼451)는 마리아에 대해 ‘하나님의 어머니’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어머니’라고 주장했다. 또 그리스도는 인성과 신성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문제가 없는 이 주장은 정치가이자 교권파였던 시릴(Cyril)에게 밀리며 431년 에베소회의에서 이단으로 정죄됐다.

최 선교사에 따르면 네스토리우스 분파는 이후 페르시아로 확산되면서 아시아의 광범위한 지역에 복음을 전했다. 키르기스에서만 십자가 문양이 그려진 묘비가 700여개 발견됐다. 5년 전 그는 해발 3200m 높이에 건립된 수도원을 방문했다. 수도원은 네스토리우스파 교회의 선교센터였다.

그는 “1000년 당시 세계 인구는 3억 명이었는데 아시아의 기독교인만 5000만명에 육박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AD 1000년의 아시아는 기독교로 편만했다”고 말했다. 최 선교사는 지난해 11월 중앙아시아 선교사들과 함께 이 주제로 포럼을 열었고 올 2월에도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러면서 ‘순례길 네트워크 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직접 촬영한 십자가 문양 사진을 모아 엽서를 만들었고 안내책자도 제작했다.

그는 “중앙아시아 선교는 새로운 복음이 아니라 잊혀진 복음을 되찾는 일”이라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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