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작은 영화 ‘차이나타운’의 돌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차이나타운은 지난달 29일 개봉 이후 10일 만에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현재 누적관객이 130만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질주 중이죠.
상반기 상영관을 싹쓸이하며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어벤져스2’에 막혀 맥을 못 추던 한국영화에 내린 단비라고 할까요. 영화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영화로 평가를 받았지만 130만명이 넘는 흥행을 기록할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의 돌풍이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는 ‘작은 영화’라는 특징 때문입니다. 차이나타운은 모든 것이 작고 부족합니다. 메가폰을 잡고 각본까지 쓴 31세의 젊은 감독인 한준희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 한국영화 평균인 43억원의 절반 수준인 25억원에 불과한 제작비, 어벤져스2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영관 수가 그렇습니다. 게다가 ‘19금’이죠.
넉넉한 게 하나도 없는 작은 영화가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여성 누아르’라는 독특한 소재와 몸을 사리지 않는 김혜수, 김고은의 열연을 꼽습니다. 실제로 버려진 소녀가 범죄조직에서 성장해 조직 보스인 엄마에게 맞서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이 영화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누아르 장르입니다. 이것을 김혜수의 카리스마와 충무로의 ‘블루칩’ 김고은이 제대로 소화해 가능성을 높였죠. 여기에 “잘 만든 영화”라는 입소문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여성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돌풍은 올 68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비평가 주간’에 초청돼 진가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미 서울 용산 등 전국 10개 ‘스크린X'서도 상영되기 시작했죠. 이는 영화의 인기를 반영한 것이어서 흥행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차이나타운’ 돌풍은 앞서 흥행에 실패한 ‘장수상회’(강제규 감독)와 ‘화장’(임권택 감독)과 뚜렷하게 대비됩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도, 거장 감독도 아니지만 독특한 소재와 ‘내공’이 뒷받침된다면 관객들은 스스로 영화관을 찾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여기서 팁 하나. 김혜수는 13일 막을 올린 칸영화제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유니세프 특별대표 자격으로 미얀마 봉사활동을 떠나기 때문이랍니다. 이것도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죠?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친절한 쿡기자] ‘김혜수·김고은+누아르’ 뚜렷한 색깔 통했다… ‘차이나타운’ 어벤져스2 태풍 속 돌풍
입력 2015-05-15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