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들어 최근까지 명예퇴직 등 대규모 인력 감축이 단행되는 등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청년층의 고용절벽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40, 50대의 무더기 감원이 이뤄지면서 고용 환경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2일 5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한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13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특별퇴직을 시행키로 했다. 앞서 SK텔레콤과 현대중공업도 상당수 인원을 내보냈다. 작년 KT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8304명을 줄였고 보험·증권업종에서만도 지난해 2만4000여명이 자리를 잃는 등 실직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 여건 악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이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조선, 철강, 정유, 금융, 정보통신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데다 대기업 중심으로 지나치게 큰 규모로 이뤄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앞장서서 인력 줄이기에 나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밀려난 이들은 대부분 자영업에 몰리고 있으나 창업 현장은 냉혹하기 그지없다. 중장년층의 묻지마 창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몸과 마음은 병드는 사례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때 중산층이었던 이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해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실직은 개인이 일자리를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제 전반의 활력을 갉아먹을 뿐더러 여러 부문에서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한다. 사회적 비용이 드는 병리현상이 잇따르게 마련이다. 이틀전 부산에서 일어난 가족 5명의 동반자살도 해운업체 중역이었던 가장의 오랜 실직에서 비롯된 경제난이 원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문제는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갈수록 어렵다는 점이다. 취업을 못한 아들과 직장을 잃은 아버지가 한 가족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증적으로 대처하기에는 고용시장의 실상이 매우 암울하다. 정부와 정치권, 사용자와 노조 모두 판을 새로 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절박하다.
[사설] 직장 잃은 부모, 취업 못한 자녀 고용절벽에 울다
입력 2015-05-15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