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중독에 빠진 대구보건대 박영빈씨, 20개월 동안 23차례 헌혈… “증서 500장 이상 모을 것”

입력 2015-05-15 02:11
대구보건대 박영빈씨가 14일 대구보건대에서 열린 ‘제17회 헌혈축제’에 참가해 헌혈을 하고 있다. 대구보건대 제공

“헌혈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대구보건대 박영빈(23·사회복지과2)씨는 자칭 헌혈 중독자다. 박씨는 최근 20개월 동안 무려 23차례나 헌혈했다. 헌혈은 2개월에 한 번씩 허용되기 때문에 중간에 혈장과 혈소판 헌혈을 하며 횟수를 이어갔다. 최근 3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했으니 그야말로 중독 수준이다.

대학 입학 전까지만 해도 그에겐 헌혈은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뒤 한꺼번에 1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헌혈축제를 직접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박씨가 2011년 5월 대학이 개최한 제13회 헌혈축제에서 헌혈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학과에서 필요한 봉사활동 점수를 어느 정도 획득하자는 생각에서 헌혈을 이어갔다.

하지만 헌혈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매력에 빠져들었다. 헌혈을 하는 동안 수혈을 받는 환자와 보호자가 기뻐하는 모습이 떠올랐고, 헌혈증서가 한 장씩 쌓일 때마다 남모를 쾌감이 몰려왔다.

박씨는 14일 오전에도 제17회 헌혈축제에 참가해 수많은 바늘자국과 멍이 선명한 팔을 내밀었다.

사회복지사가 돼 노인복지를 담당하고 싶다는 박씨는 헌혈증서를 500장 이상 모아 훗날 자녀들에게 적십자 혈액원 금장과 영광의 팔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대구보건대 헌혈축제에는 재학생, 교직원 등 1200여명이 헌혈에 동참했고 대학 측은 모은 헌혈증서를 소아암 환자를 위해 사용한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