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보고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이 아직 공고하지 않은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북한 지도체제 권위자인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13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보가 맞는다면 이 사건은 주기적인 숙청을 중심으로 한 김정은의 권력공고화 전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김정은이 아직 권력을 공고화(consolidate)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권력체제 움직임과 관련해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최고지도자 김정은’설, 군부 등의 꼭두각시설, ‘김이 아직 권력을 확고히 굳히지 못했다’ 등 세 가지 모델이 있다고 소개했다. 현 부장의 처형은 세 번째 모델이 맞음을 보여준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보의 진실성과 관련해 고스 국장은 최근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취소되기 직전까지도 국정원이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을 언급해 곤욕을 치렀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국정원은 현영철의 처형이 ‘확실한’ 정보라고 판단해 공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고도 틀린 것으로 판명나면 국정원의 정보 소스와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잇따르는 잔인하면서도 극적인 처형은 엘리트집단의 잔혹한 제거를 통해 권력을 과시하는 것을 김정은이 즐기고 있거나, 아니면 북한 지배층에서 반대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솔한 젊은 지도자(김정은)가 자신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김정은의 강함보다는 갈수록 커지는 체제 내부 불안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이는 김정은이 매우 불안한 상태이며, 역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말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북한 문제에 대해 내가 항상 그렇게 해왔듯이 이번 보고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어떻든 우리는 최소한 현 부장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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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5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