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D-1000] ‘어머니의 나라’ 한국 택한 김마그너스 “태극마크 달고 평창올림픽 누비고 싶다”

입력 2015-05-15 02:13 수정 2015-05-15 18:22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유망주 김마그너스가 13일 서울 용산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자신의 재능을 일깨워 준 어머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최근 한국 국적을 택했다. 서영희 기자
가족사진. 왼쪽부터 아버지 오게 뵈씨, 여동생 마리에, 김마그너스, 어머니 김주현씨. 브리온컴퍼니 제공
엄마 얘기가 나오자 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엄마는 저한테 산소 같은 존재입니다. 절 살아 숨쉬게 만들죠. 제게 없어선 안 될 분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D-1000일(16일)을 사흘 앞둔 13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매니지먼트회사 브리온컴퍼니에서 김마그너스(17·178㎝·78㎏)는 경상도 억양으로 엄마에 대한 사랑을 풀어놓았다.

노르웨이인 오게 뵈(58)씨와 한국인 김주현(55)씨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는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유망주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선택을 했다. ‘올림픽 개막 3년 이내에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국적으로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 때문에 고민하다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 국적을 택한 것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하고 싶었어요. 제가 한국의 스키 문화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김마그너스가 한국 국적을 택한 이유다.

선박건조 감리를 하던 뵈씨는 부산으로 출장을 와 식당을 하던 김씨를 만났다. 단골손님이던 뵈씨는 김씨의 음식 솜씨에 반했고, 그녀의 심성에 또 한 번 반해 청혼했다. 1998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김씨는 그런 아들이 네 살배기가 되자 태권도를 시켰다. 가족은 2003년 노르웨이로 건너갔다가 200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마그너스는 엄마가 자신을 만능 스포츠맨으로 키웠다고 했다.

“사실 전 공부를 잘하진 못했어요. 대신 운동을 좋아했어요. 엄마는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학원에 보내지도 않는 대신 제가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운동을 맘껏 하게 해 주셨죠. 초등학교 시절 엄마 덕분에 축구, 윈드서핑, 요트, 철인3종,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등을 했습니다.”

김마그너스는 2010년 노르웨이로 다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키를 탔다. 각종 스포츠를 섭렵한 그는 곧 두각을 나타냈다. 스키에 입문한 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실력은 ‘스키 강국’ 노르웨이에서도 정상급이다. 2012년 노르웨이 전국스키선수권대회 크로스컨트리 남자 15세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월 평창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주니어 4관왕에 오른 그는 한 달 뒤 출전한 노르웨이 노르게스컵 17세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김마그너스는 이 모든 게 엄마가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만일 엄마가 제게 공부만 강요했다면 오늘의 나는 없을 겁니다. 엄마는 정말 쿨 하세요. 제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늘 도와주십니다. 이번에 제가 한국 국적을 택했을 때에도 ‘마음이 홀가분하다.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김마그너스는 아빠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아빠가 아니라 친구 같아요. 어렸을 때 제가 잘못해서 엄마한테 혼이 날 때 아빠가 퇴근해 집에 오면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하하하…. 두 분 모두 정말 사랑하고 존경해요.”

김마그너스는 마침 부산에 출장 온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다음주에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가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마그너스(Magnus)는 라틴어로 위대하다는 뜻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김마그너스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