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은 싫다. 나만의 독특함을 누려보고 싶다.’
이색 레포츠(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트리클라이밍을 즐기는 김영복(57·농업)씨도 그중 한 명이다.
암벽등반과 마라톤 마니아였던 김씨는 지난해 6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열린 트리클라이밍 시연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그때 호기심에 나무를 탔다가 트리클라이밍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까마득히 높은 나무에 오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짜릿하더군요. 이후 지인들과 한 달에 두 번 정도 트리클라이밍을 하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지난달 2주간 아보리스트 교육까지 이수했죠.”
트리클라이밍은 로프를 이용해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나무를 건너가는 ‘나무등반’이다. 암벽등반 기술을 활용해 나무에 올라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는 활동으로, 1980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트리클라이밍 개척자는 아보리스트다. 등반가들이 식물학자들을 돕기 위해 등반용 로프를 이용해 나무 우듬지에 오르는 기술을 고안해냈는데, 이를 활용해 나무의 유전자원 채취와 벌채 등을 하는 사람을 아보리스트라고 한다. 국내에 트리클라이밍을 도입한 이는 김병모(54) 한국아보리스트협회 부회장이다. CF 감독으로 활동하다 2000년 미국 출장길에 우연히 아보리스트 양성기관을 알게 돼 교육을 받았다. 그는 히말라야까지 오른 등반가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숲에서 아보리스트들이 나무를 오르는 것을 처음 봤을 때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등반이 산을 정복하는 행위라면 트리클라이밍은 나무를 돌보고 나무와 하나가 되는 상생의 행위라고 할 수 있죠.”
김 부회장은 2010년 운영하던 광고회사를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아보리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아찔한 높이에서 엔진톱으로 상한 나무를 잘라내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나무에 오르기 위해 땅에서 발을 떼는 순간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생깁니다. 외국에선 트리클라이밍이 청소년 자살방지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 나무 위에서 명상을 하는 ‘트리클라이밍 세러피’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트리클라이밍은 어린이와 여성은 물론 장애인도 즐길 수 있다. 김 부회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한 장애인이 로프에 매달려 나무에 오르더니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더군요. 그 사람은 한 번도 땅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었는데, 나무에 의지해 10여 미터나 높이 공중으로 올라가 새로운 세계를 본 거죠.”
한국아보리스트협회는 오대산 부연동에 교육센터 ‘수목보호관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충근 협회 사무국장은 “아보리스트 과정은 14일, 트리마스터 과정은 7일 동안 진행된다. 교육 과정은 나무타기와 수목 생리, 안전 구조 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이중, 삼중 안전장치를 갖추기 때문에 누구나 안전하게 트리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창립된 한국아보리스트협회는 현재 60여명의 아보리스트와 10여명의 트리마스터를 배출했다. 서 사무국장은 “가족, 친구, 연인끼리 트리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새록새록 정이 생긴다”고 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트리클라이밍’을 아시나요] 오르樂 내리樂… ‘나무타기’에 빠지다
입력 2015-05-16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