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흔히 묻는 말이 있다. “너 커서 뭐가 될래?” 그러면 옛날에는 “대통령이 될래요” 또는 “장군이 될래요”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예인이 될래요”라고 대답하는 어린이들이 한 반에 35% 이상은 된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은 직업을 힘과 부의 상징에서 성공과 인기의 상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어떤가. 강단에서 ‘세상에서 꼬리가 되지 말게 하시고 머리가 되게 하여 주소서’라고 하는 기도를 많이 한다. 머리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머리 없는 몸이 비정상적이듯이 꼬리 없는 몸 또한 비정상적이다. 모두가 머리만 된다면 팔 다리는 어디 있고 몸통은 어디 있겠는가.
많은 국민들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전투적인 집단으로 국회의원들을 지목한다. 이념을 달리하는 정당 간에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정당 안에서조차 싸운다. 왜 그럴까. 그동안 우리 사회가 머리가 되어야 성공이고 머리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교육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예수님은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 10:43∼44)고 하셨다. 주님은 종이 되는 자가 큰 사람이라고 하셨다.
리더십 이론 중 팔로어십(Followership) 이론이 있다. 리더의 추종자인 팔로어가 리더와 공동체 전체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론이다. 팔로어십 연구의 대가인 로버트 켈리는 5가지 유형으로 팔로어를 분류했다.
첫째, 모범형 팔로어가 있다. 이들은 독립심이 강하고 혁신적이고 독창적이며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특성이 있다. 둘째, 소외형 팔로어다. 독립적이고 비평적 사고를 하지만 역할 수행에는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 셋째, 수동형 팔로어다.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고 솔선수범하지 않으며 지시 없이는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맡겨진 일 이상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넷째, 순응형 팔로어가 있다. 이들은 리더에게 순응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직에 속해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섯째, 현실형 팔로어다. 이들은 그다지 비판적이지도 않고 지시 받는 일 이상의 모험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버스(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시대다. ‘자스민 혁명’처럼 사회의 구성원들이 얼마든지 리더를 바꿀 수 있는 시대다. 한 사람의 리더보다 많은 구성원들의 의식이 더 중요한 시대인 셈이다. 이제는 한 사람이 머리가 되고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모두가 이기는 길을 택해야 한다. 리더 주변에는 건강한 팔로어가 있어야 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은 모범적인 팔로어십을 발휘해야 한다.
여전히 세상은 탁월한 리더십을 말한다. 그러나 교회는 탁월한 팔로어십을 가르쳐야 한다.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돼야 한다. 탁월한 팔로어가 사람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법칙이다. 이제는 이렇게 기도하자. “주님,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멋진 꼬리들이 많이 나타나게 해 주시옵소서!”
노재경 목사(예장합동 총회교육진흥원장)
[시온의 소리-노재경] 리더가 되라고 가르치지 말자!
입력 2015-05-15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