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레포츠 어떤 것들이 있나] 닭싸움·줄다리기·소프트발리볼·스포츠카이트

입력 2015-05-16 02:57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 아주대체육관에서 열린 2014 전국체력왕선발대회 닭싸움 부문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심판의 구령에 맞춰 시합 채비를 하고 있다. 대한닭싸움협회 제공
청풍달구벌 줄다리기 팀이 지난해 10월 전북 김제 벽골제 전통놀이마당에서 개최된 제15회 국민생활체육연합회장배 전국줄다리기대회에서 줄을 당기고 있다. 국민생활체육전국 줄다리기연합회 제공
지난해 6월 충북 단양군 단양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회 도담삼봉배 전국 남녀 소프트발리볼 대회에 참가한 동호회의 한 선수가 공을 네트 위로 넘기고 있다.단양군 제공
지난달 25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 위천 생태둔치에서 열린 ‘제5회 의성세계연축제’에 참가한 선수들이 날린 다양한 모양의 연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의성군 제공
하늘 높이 연을 날리거나, 친구들끼리 닭싸움을 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줄다리기를 했던 어린 시절은 누구나 갖고 있는 소중한 기억이다. 이런 ‘추억의 놀이’가 ‘이색 레포츠’로 발전해 지금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다. 색다른 매력과 긴장감을 느끼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대표적인 이색 레포츠를 소개한다.

닭싸움-상대팀 수탉 쓰러트리면 勝

닭싸움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우리 전통놀이다. 일명 깨금발싸움이라고도 하는 닭싸움은 씨름에서 파생된 전통놀이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생활스포츠로 대회가 열린다. 대한닭싸움협회 관계자는 15일 “한쪽 발을 들고 운동을 하는 만큼 재미있고 평형감각도 기르는 데 좋은 놀이”라며 “투지와 인내력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닭싸움은 한 쪽 발을 잡은 채 상대를 쓰러트리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좀 복잡하다. 발을 잡는 방법은 땅을 딛고 선 디딤발의 발목에 밴드를 채운 뒤 기능발을 앞으로 올려 손으로 잡는다. 이때 기능발을 잡는 손은 기능발과 같은 편 손이 돼야 한다.

닭싸움 종목은 총력전과 왕중왕전, 서바이벌전으로 나뉜다. 총력전은 단체전이고 왕중왕전과 서바이벌전은 개인전이다. 총력전은 미리 정한 상대팀의 왕(수탉)을 쓰러트리면 승리한다. 많은 아군이 남았어도 왕이 죽으면 패하기 때문에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왕중왕전은 팀별로 한 명씩 참가하는 1대 1 토너먼트 경기다. 3판2선승제다. 서바이벌전은 팀별로 1명씩 동시에 경기장에 들어가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대결을 벌인다.

줄다리기-기준선서 4m 먼저 당기면 이겨

줄다리기는 동양에서는 중국 춘추시대부터 존재했고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 이후 대중이 즐겨왔다.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 1920년 앤트워프올림픽 때까지 정식종목이기도 했다. 국내에선 주로 학교 운동회나 직장 체육대회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줄다리기가 ‘스포츠줄다리기’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국 스포츠줄다리기대회’ ‘전국 생활체육 대축전 줄다리기대회’ ‘연합회장배 전국 줄다리기대회’ ‘국민생활체육회장배 전국 줄다리기대회’ 등 국내 4대 메이저 대회가 있다.

스포츠줄다리기는 엄연히 경기 규칙이 있다. 국민생활체육전국줄다리기연합회에 따르면 선수는 8명으로 구성된다. 선수 8명 체중의 총합을 기준으로 구분해 총 9개 체급이 있다. 기준선에서 4m를 먼저 당기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줄의 둘레는 10㎝ 이상, 12.5㎝ 이하로 매듭이나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곳이 없어야 한다. 길이도 33.5m 이상이어야 한다.

스포츠줄다리기는 국제적으로도 인기가 많다. 국제줄다리기연맹(TWIF)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80개국이 가입돼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참가자의 단합된 힘과 상생 정신을 고양시키는 게 줄다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발리볼-가벼운 고무공… 여학생도 쉽게 네트 넘겨

소프트발리볼은 배구의 변형된 스포츠다. 배구공은 가죽으로 돼 있어 초보자가 때리면 통증도 따른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배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경기가 바로 소프트발리볼이다. 마치 테니스에서 정구가, 야구에서 소프트볼이 파생된 것과 비슷하다.

소프트발리볼의 공은 배구공보다 지름이 10㎝가량 큰 데다 훨씬 가벼운 고무공으로 돼 있어 초보자들도 다루기 쉽다. 쳐도 아프지 않기 때문에 여학생들도 언더 서브로 가볍게 네트를 넘길 수 있다. 배구의 기본인 언더 토스도 금방 배울 수 있다. 경기 규칙은 배구와 같고 4명이 한 팀을 구성한다. 적은 인원으로 가능해 경기장 확보가 쉽다. 배드민턴 코트나 배구 코트를 활용할 수 있다. 또 남녀별, 연령별 팀 조합이 용이한 만큼 참가자 전원이 즐길 수 있다. 배구보다 네트 높이가 낮아 누구나 공격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과거 ‘탱탱볼’로 불리는 가벼운 고무공으로 해변에서 삼삼오오 모여 놀던 것을 연상하면 된다. 태생은 일본이다. 1990년 1월 일본배구협회에 소프트발리볼연맹이 창설됐다. 국내에는 90년대 초반 도입돼 지금은 전국대회를 열 정도로 널리 보급돼 있다.

스포츠카이트-2줄·4줄 연으로 안무곡에 맞춰 연기

연(카이트·kite)은 기원전 1000년쯤 중국에서 발명됐다. 놀이와 기상 관측은 물론 전쟁 때 통신용으로 사용됐다. 스포츠카이트도 전쟁에서 출발했다. 1차대전 당시 미 해군의 함포 사격용 타깃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유럽, 미국에서 레저용으로 개발돼 스포츠카이트로 발전했다. 과학적 설계로 움직임은 다양해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두 줄짜리 듀얼라인 카이트는 시속 100㎞나 된다.

스포츠카이트는 쉽게 말해 연으로 하는 피겨스케이팅이다. 듀얼라인 카이트와 4줄로 날리는 쿼드라인 카이트를 개인과 2인 이상 팀이 안무곡에 맞춰 연기한다. 규정 종목은 대회 주최 측에서 정한 도형이나 동작을 수행해야 하고, 프리스타일은 자유롭게 하면 된다. 세계카이트연맹이 규정에 따라 심사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매년 월드챔피언십이 열린다. 일본은 세계선수권대회에 입상한 아시아 맹주다. 반면 우리나라는 후진국 수준이다. 프로급으로 활동 중인 듀얼라인 카이터는 30여명, 쿼드라인 카이터는 15명 정도다. 아시아카이트포럼 강성수 한국대표는 “연 날리기로 보는 인식이 대중화에 어려움을 준다”며 “40만∼100만원대 카이트 가격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서윤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