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세종과 아름다운 활자, 갑인자

입력 2015-05-15 00:10
월인천강지곡. 보물 제398호. 문화재청 제공

글자는 선과 점을 섞어 써서 사람의 생각과 말을 전하는 기호이다. 그렇지만 기능을 넘는 가치도 담겨진다. 잘 쓴 글자는 그 자체가 예술이 된다. 이집트 왕릉과 사원에 가득한 글자는 환상적이다. 그림이 이야기를 한다. 중국 시안(西安)비림박물관 비석은 신비롭다. 촘촘한 글자로 천년의 역사를 말한다. 글자가 전해주는 옛사람의 상상력과 미의식은 놀랍다.

세종대왕은 1443년 훈민정음을 만들고 5년 후 금속활자인 갑인자로 ‘월인천강지곡’을 펴냈다. 이 책의 활자는 볼수록 아름답다. 한글은 소리글자의 장점과 뜻글자의 장점을 모아놓은 글자이다. 한자와 더불어 쓰면 온갖 뜻이 함께 들어가고, 제 글자만 써도 쉽게 생각을 나타낸다. 더구나 갑인자처럼 잘 쓰면 글꼴까지 사랑스럽다.

‘월인천강지곡’에 실린 글꼴은 요즘도 많이 찾는다. 도장 글자에 그처럼 좋을 수가 없다. 문화재청도 공식 문서에 찍는 관인 글자를 ‘월인천강지곡’에서 모았다. 겨레의 스승인 세종대왕 생일은 5월 15일이다. 모든 이가 이날을 스승의 날로 지킨다. 문화재청은 오전 10시30분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 영릉에서 탄신 618돌 숭모제전을 봉행한다. 세종이 지은 궁중음악 ‘여민락’과 궁중무용 ‘봉래의’가 함께 공연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