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생한 예비군 최모(23)씨의 소총 난사는 사실상 계획된 범죄였다. 그는 전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에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고 적었다. 현역 시절에는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B급 관심병사였다. 평소 정신적 문제를 겪은 정황도 드러났다. 최근 경찰에서 길이 1m 일본도(刀) 소지 허가를 받기도 했다.
군 당국은 최씨의 오른쪽 바지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를 공개했다. 유서에는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지만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살아 있으니깐 살아가는 것 같다…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되어간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GOP(일반전초) 근무할 때 다 죽이고 자살할 기회를 놓친 게 후회된다. (실탄) 75발, 수류탄 한 발 그런 것들로 과거에 했었으면…’이라며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고 썼다.
최씨는 2013년 7월 4일부터 25일까지 전방 GOP에서 근무했다. 사고를 우려한 지휘관이 후방으로 보냈다고 한다. 유서에는 범행 동기도 일부 엿보였다. 그는 ‘늙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 싫고 나의 현재진행형도 싫다…고통을 수반하여 죽는 게 두렵다’고 적었다.
계획범죄라는 정황은 더 있다. 1번 사로(사격구역)에서 ‘엎드려 쏴’ 자세로 표적지를 향해 한 발을 쏜 최씨는 갑자기 일어나 옆 사로의 예비군들을 겨냥해 한 발씩 ‘지향사격’을 했다. 자신의 3m 뒤에서 부사수 역할을 하던 예비군도 쐈다. 2번 사로에 엎드려 있던 예비군을 제외하면 최씨와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다. 부사수가 달려들어 제압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조준사격을 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단발로 사격했기 때문에 이렇게 쏘려면 상식적으로 지향사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2주 전 경찰에서 길이 1m가량의 일본도 소지 허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경찰에 “스승님께 받은 수련용 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양도자와 두 차례 전화해 사제관계임을 확인하고 최씨의 전과도 파악한 뒤 적법하게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현역 시절 중점관리 대상인 B급 관심병사였다. ‘관심병사’는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병을 특별히 관리하는 제도다. 최씨는 부대를 여러 차례 옮긴 전력이 있다. 군 관계자는 “최씨의 병적기록에 우울증 치료 기록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평상시 정신적인 문제를 겪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웃 주민 김모(65)씨는 “최씨가 옷을 벗고 거리를 다니거나 소리를 지르곤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얼마 전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봤는데 휴대전화에 대고 화를 냈다. 정신이 좀 이상하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8년 동안 살았다는 20대 주민도 “동네를 오가면서 혼자 욕설을 하고 걸어다니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70대 주민도 “군에 다녀온 뒤 이상해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어머니는 집총거부 등을 신념으로 하는 특정 종교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씨를 비롯한 자녀들은 같은 신앙을 갖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교단 관계자는 “최씨는 우리 신도가 아니다”고 했다.
전수민 박세환 심희정 기자 suminism@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예비군 총기사고] “GOP 근무 때 죽이지 못한 것 후회”… 옆 사로 조준사격
입력 2015-05-14 03:00 수정 2015-05-14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