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檢 결전, 금모씨 ‘입’이 승부처

입력 2015-05-14 03:00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최측근인 김민수 비서관이 13일 서류봉투를 들고 서울고등검찰청에 도착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비서관은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당시 이 전 총리 캠프의 선거사무국장을 지냈다.

14일 소환조사를 앞둔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3000만원 수수 의혹을 두고 ‘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양쪽 모두 ‘승부처’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34)씨의 진술이라고 인식한다. 수사팀은 금씨의 진술을 토대로 돈 전달 정황 복원을 마쳤다고 자신한다. 반면 이 전 총리 측은 금씨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어 무혐의를 입증한다는 전략이다.

수사팀은 최근 금씨를 연일 소환해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결정적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씨의 진술이 한 달 남짓 동안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의 동선을 재구성하던 수사의 정점을 찍은 셈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금씨 진술을 “성 전 회장의 진술에 준하는 진술”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검찰은 13일에도 금씨를 불러 진술에 모순이 없는지 점검했다. 예상보다 빨리 이 전 총리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도 이번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금씨 진술로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씨는 “성 전 회장 지시로 차 안에 있던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들고 선거사무실로 올라가 이 전 총리를 독대하고 있던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날 운전기사 여모씨도 다시 불러 성 전 회장의 동선을 재확인했다.

이 전 총리 측은 금씨의 진술을 최대한 흔드는 방어 전략을 준비 중이다. ‘비타500’ 박스와 노란색 서류봉투, 쇼핑백까지 돈을 어디에 담았는지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만큼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기본적으로 금씨 진술이 객관적 상황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았던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을 독대하는 자리에 낯선 수행비서가 돈을 들고 들어오도록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금씨가 돈을 들고 들어온 장면을 목격한 캠프 관계자가 없다는 주장도 펼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충남도의원 등 당시 선거 캠프에 있었던 여러 관계자들은 성 전 회장의 방문 사실에 대해 “본 기억이 없다”며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13일 검찰에 소환된 당시 선거사무국장 김민수 비서관은 이 같은 진술이 담긴 여러 인사들의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목격자의 진술이 엇갈릴뿐더러 ‘보는 눈’이 많은 선거사무소에 불법자금을 들고 왔다는 금씨 진술은 말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 전 총리 측에서 말을 맞췄을 것으로 의심한다. 이미 김 비서관이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독대 사실을 폭로한 참고인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 전 총리 측은 “오간 대화의 전체적 맥락을 보면 회유나 협박이라 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수사팀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당시 이 전 총리 선거 캠프의 자금지출 내역을 확보하는 등 막바지 증거 보강 작업을 벌였다.

글·사진=정현수 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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