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포정치] 젊은 독재자의 지도력… 黨 간부들 회의론 확산

입력 2015-05-14 02:38
북한 평안남도 여성항공고사포부대원들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고사총을 이용해 요격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군이 운용 중인 고사총은 저공으로 비행하는 항공기나 헬기를 격추하는 데 사용되는 대공무기로 탄환 구경은 14.5㎜이며, 분당 1200발을 쏠 수 있다. 연합뉴스
북한 고위급 인사에 대한 잇따른 숙청과 처형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이른바 ‘유일영도 체제’ 공고화를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극단의 공포정치가 오히려 북한 내에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을 널리 확산시키는 상황이다.

국가정보원은 13일 ‘북한 내부 특이동향’ 자료를 통해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도 내심 김 제1비서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총살 첩보를 공개하면서 “핵심 간부에 대한 김 제1비서의 불신감이 심화되면서 절차를 무시한 채 숙청하는 등 공포통치의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또 “북한에선 최근 6개월 동안 현 부장 외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마원춘, 총참모부 작전국장 변인선, 당 재정경리부장 한광상 등 김 제1비서를 가까이서 보좌했던 핵심 간부들이 사라져 버렸다”고 밝혔다.

처형된 북한의 핵심 간부들은 김 제1비서의 유일영도 체제를 지탱하면서 그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측근이다. 그런 이들을 대상으로 단행되는 처형은 북한 사회 전반에 공포 분위기를 퍼뜨리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 제1비서는 중대한 잘못이 없거나 불가피하게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간부들을 숙청함에 따라 간부사회에선 책임지는 고위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의견을 개진하다간 언제 처형될지 모른다는 공포감과 함께 그의 리더십을 믿을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 역시 최근 만만치 않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또 “간부들은 김 제1비서의 빈번한 처형에 공포감을 갖고 있으며 눈치보기와 몸사리기로 저 살 궁리에 몰두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김 제1비서에게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려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형을 참관한 사람들은 ‘화염방사기로 날려 보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하면서 ‘다음 처형 때는 미사일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제1비서의 좌충우돌식 통치 방식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집권 4년차를 맞았지만 권력 기반은 아직도 취약하다. 이런 점을 상쇄하기 위한 핵심 간부들에 대한 군기잡기 등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위 장성들을 바다에 뛰어들게 지시해 수영을 시키거나 계급장을 떼었다 붙였다 하고,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불과 몇 달 사이에 수차례 권력서열 2인자로 앉혔다가 다시 강등시키는 식으로 통치하는 상황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김 제1비서의 ‘군부 길들이기 2라운드’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방송은 김 제1비서의 잔혹한 공포정치로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그는 3년 내 권력을 잃을 것이라고 고위 탈북자의 주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김 제1비서가 권력을 장악하고 3개월 만에 최측근 7명이 아이들을 포함, 가족과 함께 죽임을 당했다”며 김 제1비서의 지도력은 3년 안에 붕괴할 것으로 예측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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